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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2-03 14:46
   (47) 일송정 푸른 솔은
 글쓴이 : njsmyrna
    조회 : 7,837  





만주에 가면 일송정의 푸른 솔이 아직도 독야청청하고 거만하게

그 자태를 뽑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 만주 땅을 여기 저기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제일 먼저 가 본 곳이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평소에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그 곳에 한 줄기 실타래를 풀어 놓은 듯한 해란 강이
소나무 향내를 타고 넘실넘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곳에서 내려다 보면

여기 저기 하얀 공동묘지 봉분 군이 외롭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만주 땅을 종횡무진 달리던 우리 조선의 독립군들이 죽어 묻혀 있는 곳입니다.
아무도 그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이름도 찾지 못한 그 무덤들은 그 날도 호탕하게 저를 향해 외치고 있었습니다.
내 조국 조선의 독립과 내 사랑하는 겨레 조선인이 자유를 위해
난 내 목숨조차도 초개처럼 버릴 수 있었노라고 ...


작곡가 조두남 선생이 만주 목단강 변에 기거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건장한 청년이 말을 타고 조두남 선생을 찾아 왔었습니다.
그 분은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있었는데,

그 두루마리에는 조선 독립군가의 가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정중하게 조두남 선생에게 조선 독립군가의 작곡을 부탁하고
달포 있다가 찾으러 오겠노라는 말을 남긴 채 총총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났는데도, 그 청년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사살이 되었거나 감옥에 끌려갔을 거라고

조두남 선생은 말씀하셨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그 외로운 땅 만주 벌판에서 종횡무진 말을 달리던

그 조선의 독립군을 생각하며 만드신 노래가 바로 "선구자" 입니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 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일찍이 조두남 선생으로부터 그 곡의 배경을 들어 두었던 터라
저는 그 일송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만주 벌판이 꼭 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 일송정에 올랐을 때, 저는 또 다른 선구자를 꿈꾸었습니다.
조선의 독립보다 더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
이 땅에 남아 있는 우리 조선 동포들에게 진정한 자유의 말씀, 복음을 전하겠노라는 꿈이었습니다.


그 후 여섯 번이난 중국을 넘나들며 조선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지요.
지저분한 화장실, 입에 맞지 않는 먹거리, 불친절, 끈적거리는 더위, 미적지근한 물,
불편한 잠자리, 그런 것드로 힘이 들 때마다
저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말을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다 숭고한 죽음을 맞이한 선구자들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내 그들에 비하면 저는 사치스러운 불평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는 중국 땅에 들어서면 그 습한 더위가 오히려 정겹습니다.
그 역한 냄새가 구수한 고향 냄새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의 불친절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저는 중국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혼자 중국의 재래시장으로 달려가 그들의 삶을 진하게 맛봅니다.
그냥 그 속에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지저분한 돼지비계 한 덩어리로 식사를 준비하는 그들의 낡은 프라이팬 속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그들을 향한 강한 연민을 보기도 합니다.


저는 제 힘이 다 하는 날까지 중국을 향해 갈 겁니다.
관우와 장비와 유비와 진시황이 살던 그 나라,
13
억의 인구가 부산스럽게 단지 그들의 오늘을 위해 하루를 살아내는 그 나라,
저는 내일 24명의 우리 전사들과 함께 또 그 땅으로 떠납니다.
우리는 가서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겠지요.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
이번에는 어떤 녀석이 또 복음의 수지를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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