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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1-14 13:38
   (43) 내 친구
 글쓴이 : njsmyrna
    조회 : 7,063  




우리 서머나 교회가 개척되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입니다.
한국에서 구상 선생이 타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상 선생은 6.25 종군 작가를 시작으로 문단에 들어서신 한국 문단의 원로이셨던 분이십니다.

저는 구상 선생의 "구상" 이라는 시집을 읽은 후에 그 분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인사동에서 구상 선생을 뵙게 되었을 때 저는 무턱대고 그 분의 옆 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평소에 너무나 존경하고 보고 싶었던 분이기에 그냥 아무 이야기라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상 선생은 그런 치기어린 청년의 수준에 맞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화가이신 이중섭 선생이 절친한 친구이신데
구상 선생이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이중섭 선생이 병문안을 오셨다는 이야기,
그런데 피차 가진 돈이 없어서 머쓱하게 뒷머리만 긁적이셨다는 이야기,
멋적게 "상아, 뭐가 제일 먹고 싶니?" 라고 물으신 후 구상 선생의 "천도복숭아" 라는 답을 들으시곤
이내 안주머니의 담배 갑에서 그 속의 은박지를 꺼내어 천도복숭아 그림을 그려 주셨다는 이야기,
그 천도복숭아는 우리 집 문 안쪽에 잘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저는 문득 그 그림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막걸리를 한 잔 마신 터라 취기에 구상 선생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구상 선생은 초면의 객에게 흔쾌히 허락하셨고, 저를 댁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구상 선생은 어려서 폐질환을 앓으셨기 때문에 한 쪽 폐가 없으십니다.
그래서인지 몸도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상한 것은 그 분이 스쳐간 자리에는 뭔가 모를 향기가 남겨집니다.
마치 청명한 초가을의 삼림에서 풍겨져 나오는 싱그러운 힘처럼 느꼈습니다.

기실 이미 칠십이 훌쩍 넘으셨던 그 연세에
초면의 대학생 녀석에게 그렇게 친절하실 필요까진 없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 분은 마지막 저를 배웅해 주시며
당신이 드시던 석류 알 몇 개를 봉투에 넣어 손에 쥐어주시기까지
내내 제게 향기를 뿜어 내셨습니다.

그 분 댁에 들어섰을 때
단아하고 정갈한 아파트 입구에 그 이중섭 선생의 천도복숭아가 걸려 있었습니다.
병상의 친구가 먹고 싶어 하던 천도복숭아를 돈이 없어 사 주지는 못하고
그림이라도 그려 위로를 하려했던 그 친구의 정성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심 부러움이 몰려들었습니다.
잠시였지만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퍼뜩 생각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 두 분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그런 친구를 찾아 다녔습니다.

벌써 시간이 오래 지났네요.
새벽녘에 갑자기 구상 선생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늘 허연 백발에 깔끔하게 다듬어진 수염,
바로 그 모습 그대로 그 분의 얼굴이 오롯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곤 잊었던 생각을 떠올렸지요.

'친구' 20 여년이 지난 지금 난 그 친구를 찾았는가?
그 생각과 동시에 어제 밤 읽었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예수께서 나를 친구로 삼으셨다" 는 말씀이었습니다.
그것도 천도복숭아 그런 정도가 아닌 자기의 목숨을 나의 목숨과 맞바꾸고서도
끝까지 내 안에 들어와서 나를 보호하고 이끌고 계신, 내게는 그런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입니까?
내가 무언가 준 것도 없고, 친절을 배푼 적도 없고, 여전히 자격도 없고,
때로는 모르는 척 외면하기도 하는 이런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되는군요.

목회를 하다 보면 이모저모로 힘이 든 일이 많이 있습니다.
가끔은 자폭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할 정도입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만큼 힘이 든 일이 있을까요?

원수를 사랑하라고 목소리 높여 설교를 해놓고
정작 자기에게 붙여주신 원수를 향해 사랑의 손을 내밀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많은 좌절을 맛보았는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진퇴양난, 그야말로 목사의 삶은 "전쟁" 입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제 안의 친구는 말합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함께 있을 거야. 넌 절대 자폭하지 않아. 힘을 내" 하고
또 다시 나를 추스려 줍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분에게 그 친구를 소개하려 합니다.
그 친구는 낯을 가리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찾으면 내가 그에게 가겠다고 수차례 약속을 한 친구거든요.
여러분, 그 예수께 나오십시오. 그리고, 그 분을 친구로 사귀어 보세요.
그 때 진정한 "이김" 의 삶이 무엇인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혹 지금 절망하고 계십니까? 혹 지금 실패의 눈물을 흘리고 계셔요?
아님 좌절의 쓴 잔을 마시고 계십니까?
그래서, 여러분을 진정으로 위하고 위로해 줄 친구를 찾고 계시진 않으세요?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그 친구가 되어 주실 것입니다.

예수께로 나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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