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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17 21:53
   어떤 마중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22,228  


아주 오래전에는 자가용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자가용'이라는 단어도 약간 생경하지만 그때는 자가용하면
모두가 척하니 알아들었죠. 아시겠습니다만 요즘은 집집마다 두세대도 굴리곤 하는 승용차를 그때는 자가
용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단어의 뜻만큼이나 자동차는 우리모두의 용도였지 개개인을 위한 자가용승용차는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죠. 그래서 자가용이 있는 집 친구들은 진짜 부자였습니다. 저희는 당근 없었죠ㅋㅋ
"너희집에 자가용있어? 까불지마....울아빠는 자가용있어~!!" 이한마디면 게임끝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핸드폰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자가용도 없고 핸드폰도 없던 그때 그시절, 저의 어린시절엔
지금의 편리함과는 절대 바꾸고 싶지않은 기다림의 여백이라는것이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우면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마중을 나갑니다. 어머니는 밥상에 반찬들을 정갈하게 
올려 놓으시고 벌레들 덤비지 말라고 이쁜 보자기 얹어 놓으시고는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으신지 넉넉한 웃
음을 입가에 지으시곤 막내둥이 손을 잡고 어슬렁 어슬렁 아버지를 마중나가시곤 하셨습니다.
포장도 안된 흙바닥 골목길을 돌멩이라도 걷어차며 신나게 걸어가다보면 저만치서 약속이나한듯 거대한 그
림자가 점점 크게 다가옵니다. 멀리서도 쉽게 알아 볼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버지였으니까요. ^^;;
그러면 이내 엄마손을 뿌리치고 아버지에게 달려갑니다. 아버지도 반갑지만 언제나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꾸러미가 좋았습니다. 아버지는 늘 버스정류장 앞 진진제과의 단팥빵이나 연신내시장에서 갖튀긴 통닭을 
한마리씩 사오곤 하셨거든요. 그때...그렇게 아버지를 마중나가던 어린시절 여름날의 그언젠가로 딱하루만
이라도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恒常喜樂 凡事感謝 不息祈禱
저희본가의 거실에는 지방에서는 꽤나 유명하다는 어느사촌아저씨뻘 되시는 분의 서예작품이 액자에 끼워져 
떡하니 걸려 있습니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의 무지무지 유명한 말씀이죠. 어린시절부터 봐온 글씨인데 요몇일
전 다시 가서 우연히 바라보니 웬지 그느낌이 좀 새삼스러웠습니다.
'항상 기뻐하라...범사에 감사하라...쉬지말고 기도하라.....'
아마 항상 기뻐하기가 어렵고 범사에 감사하기는 역시 만만치않고 쉬지않고 기도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저렇게 특별히 명령을 하고 계신거겠죠. 저에겐 거꾸로 읽는편이 솔직히 이해가 됩니다.
'쉬지말고 기도해...그래야 모든일에 감사가 나오게 되고 그러면 늘 기뻐하는 삶을 살게 될꺼야......
사는게 참 만만치 않을거거든....규만아....'하고 말씀하시는것처럼 들립니다.


최근에 본 미국의 모드라마에서 주인공 남자가 아내에게 이런 독백을 합니다.
"너무 기뻐서 행복하다고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구......나 정말 힘들어......"
저도 요즘 여러모로 좀 힘들어서 흥얼흥얼 찬송가를 부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내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같던지....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그걸 듣고있던 아내가 얄밉게 불쑥 물어봅니다. 
"정말 요즘 편해?" 
"우씨....내가 지금 평안하겠냐?? 불편하니까 부르는거 아냐~!!"
숨이 멎을듯 기뻐서 행복했던 순간, 그때가 언제였더라....지난 세월을 되새김질을 해보니 정말 저역시도 
기억이나질 않았습니다. 우리주님께서는 항상 기뻐하라시는데....ㅠㅠ
항상은 커녕 한순간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니.....이게 말이 되는건가.......

 

 

 

중국의 문화대혁명시절 반동분자로 투옥된 루옌스는 탈옥하여 아내를 찾아 집으로 옵니다. 
애타게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 펑안위는 약속장소로 나가지만 결국 딸의 신고로 남편은 다시 투옥되고 맙니다. 
아내는 그로인해 심인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남편의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하게 되었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버지를 신고했던 무용지망생 딸도 평범한 여공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복권되어 집으로 
오게 된 늙은 남편은 5일날 돌아가겠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아내는 5일에 남편이 돌아온다는 사실만

겨우 기억할뿐 정작 남편의 얼굴을 잊어버려 알아보지를 못합니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호평을 이끌어낸 이영화는 중국 장예모감독의 '5일의 마중'이란 영화입니다.
주연은 물론 공리가 맡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이 시사회에서 한시간 이상을 울었다고해서 화제가 된
이영화는 충분히 찬사를 받을만한 영화입니다. 억지로 쥐어짜는 최루성 무비와는 격이 다릅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게 되는 그런 아름답게 슬픈 영화입니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은근 귀에 듣기좋은 중국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불필요한 자극이 전혀 없는 
조용한 영화입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 루옌스는 아내의 집 주변에 살며 아내와 늘 함께
하는데 아내는 그를 그저 동네아저씨로만 인식합니다. 이런저런 애틋한 노력에도 아내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
고 남편과 함께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매월5일이 되면 기차역에 나가 남편과 함께 남편을 기다립니다. 
그녀의 마중은 늘 헛걸음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꽃이 피나 낙엽이 지나 그녀의 마중은 늘 헛걸음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이상하게 기쁨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슬픔이라긴 그렇고 우울이라고 하는것이 더 맞을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아내는 '집으로 가자' 같은 노래만 자꾸 들으니까 그렇다는데...쩝...하여간 참 큰일입니다. 
왜 저에겐 주일학교 초딩들의 입에서 통통 튕기는듯 뿜어져 나오는 샘솟는 기쁨이 없는걸까요.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몇일전 흔히 얘기하는 믿음좋은 저희 형한테 속마음을 꺼내놨습니다. 
이것도 걱정이고 저것도 걱정이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이건 어떡하며 저건 어떡하지 하면서 마구 
마음속의 우울함과 답답함을 토로했더니 형이 불쑥 말을 자르며 저에게 그럽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생각하렴....."
"...................."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때 제입으로는 차마 말못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딱 이거였습니다.
'어쩌라고............ㅠㅠ'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선배들, 특히 소경, 앉은뱅이, 창녀, 사마리아여인등등......
그분들 그렇게 친히 마중나오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다들 어떻게 살았을까요?
적어도 저같이 살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분들 참 힘드셨을꺼에요. 주일이면 찾아갈 수 있는 교회도 없고 마땅히
교제할 마음맞는 이웃도 없고 김성수목사님처럼 훌룡한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성경도 없이 긴가민가하는 마음
속에 친히 마중나오셔서 만났던 그분만을 생각하며 살아야 했을테니까요. 
우리목사님 말씀마따나 저는 참 좋은때를 살아가고 있는데도 감사할줄을 모릅니다.
영화속 벤쟈민의 시계만큼 저의 시계도 거꾸로 가고 있는듯 저는 점점 젖먹이 아이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섯남편을 만나고 예수를 만난 사마리아여인이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또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저를 웃게 만들어줄 또다른 세상남편을 찾아 헤메이고 있는것 같습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언제까지 이럴런지.....


하지만 감사하게도 저로 하여금 기도를 할 수 있게 해주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어쩌면 이제 새로울것 없는 말씀들입니다. 들은 얘기 또 듣고 읽은 이야기 또 읽을뿐입니다.
그럼에도 늘 새롭고 늘 갈증을 느끼게 해주시니 항상 감사합니다.
또한 도무지 믿을 수 없는것들을 믿게 해주시는 믿음을 선물로 주시니 그분의 능력에 또 감사할뿐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기뻐하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은 반드시 이루어질것임을 믿습니다. 
그분은 전지전능한 우리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저같은 인간도 마중나오신 우리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5일의 마중' 포스터에 써있는 짧은 한마디에 눈물이 고입니다.
'옆에 있는 나를 그녀가 기다립니다.....'


옆에 계신 우리남편이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는 여전히 남편을 마중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슬픈 이야기입니다.


 

첨부파일 1



김수희 15-11-12 23:13
    
좋은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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