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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2-29 18:02
   이광민 그리고 조하석 ㅡ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26,941  


"제가 알아서 할께요....."

제아들넘의 입에서 나온 이말이 저를 열받게 합니다. 물론 알아서 뭔가를 한적이 한번도 없기에 화가 나는

것이겠죠. 저만 그런지 다른 부모님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을 안듣는 아이와 대화하다보면 꼭 이런 얘기를 

하게 됩니다. "나도 아버지 말씀을 잘 안들었지만 적어도 너만큼은 아니었다. 넌 누구 닮아서 그러니....."

그러면 저희만 그런지 다른 부부들도 그런지 꼭 옆에서 아내의 강력한 잽이 날라옵니다.

"당신 닮아서 그렇치 모....난 저정도는 아니었어.....꼭 저런건 지애비 닮았어요....씨도둑질은 못한다더니....."

그러면 저만 그런지 다른 남편분들도 그런지 이내 곧 스파링 파트너가 바뀝니다. 

그때부터는 아들넘이랑 싸우다가 마누님이랑 싸우기 시작하는거죠. 정말 열받습니다.


그러다가는 결국 탁구공 치고 받는거 구경하는 고양이 마냥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구경하고 있던 아들넘

한테 결국은 다시 맹폭이 가해집니다. 

모든 분란의 시작점이 아들이었으니 그때부터는 입에서 마구 침이 팍팍 튑니다. 

링컨은 니나이때 어쩌구 저쩌구를 했어, 이눔아 그러고 싶은데 그러면 아들넘이 링컨은 아버지 나이때 

대통령을 했어요... 그럴께 뻔해서 차마 남들과 비교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어설픈 빤한 얘기로 마무리합니다. "야...너 알아서 해....제발 너 알아서 해.....

하지만 아직은 너 알아서 한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버지 말 들어....

니가 여태까지 알아서 한게 뭐 있어? 그래도 내버려둬야 해? 니가 지금 몇살인데 그딴 소리야? 어린노무시키가....

너두 꼭 너같은 아들 낳길바래... 진심이야... 알아서한다는 얘기하지마!!  18살이나 되면 얘기하든가~!!"


벌써 이달 달력의 남은 날짜가 몇일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가 또 그렇게 우리곁을 떠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달력을 받아 한달한달 넘겨보며 빨간날과 연휴도 체크해보고 내생일이 무슨요일인가 슬쩍 확인도 해가며 

하얗고 빳빳한 달력을 무슨 상장이라도 받은양 살짝 설레이는 마음으로 걸어놓곤 했었는데 이제 웬지 누렇게 

변해버린듯 보이기조차 하는 주인과는 달리 날씬해진 달력을 마주하며 서있습니다. 

날짜라는 것이 우리끼리 약속한 시간의 단위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남은 달력한장을 

바라보면 뭔지 모를 무거운 우울함과 적적한 쓸쓸함이 엄습해 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람된 일은 없었던거 같고 그저 으레 아침이 오면 다시 밤이 되려니 하며 하루를 맞이하고 

보내었듯 2014년 한해도 그렇게 우리곁은 떠나가고 있는듯 싶습니다. 

새로운 달력을 받아들고 펼쳐보며 내년에는 또 무슨일들이 다가올까 생각해보는데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걸 보니 이젠 정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우리모두에게는 각각의 역할이 있습니다. 저도 아버지로써 남편으로써 그리고 감사하게도 아직 아들로써의 

역할 등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그어떤 역할 하나조차도 제대로 한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금년의 내역할은 정말 잘 수행해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드는 순간이 오기는 하는걸까요?


젊을때 연극을 한적이 있습니다. 한 아마츄어 극단에서였습니다.

무명의 작은 극단이지만 나름 구색을 갖춰 오랜시간 준비를 하고 극을 올렸습니다. 물론 유료로 관객을 모시고 

몇일간에 걸쳐 공연을 했습니다. 그 극단은 결국 두번째 공연까지 올리고 없어지게 되었는데 저는 1회 공연때는 

스텝으로 2회 공연때는 작은 배역을 맡아 무대에 서기도 했었습니다. 상상했던것 이상으로 연극을 하는 묘미는 

색다르고 즐거웠습니다. 

무대에 선다는 것, 그리고 연극이 끝나후의 무대에 걸터앉아 텅빈 객석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알듯 모를듯한 달달한 외로움의 맛을 그때 처음이지마 마지막으로 맛보았습니다.


그때 제가 조연으로 참여했던 연극이 금년 여름경에 국내에서 연극으로 올려졌습니다. 

국내 초연이라는 설명이 은근 슬프더군요.  오래전 1987년에 이미 저희가 올렸었는데....

역시 아마츄어극단의 공연은 관심밖인가 봅니다. 그 작품은 '아이라 레빈'의 블랙코메디 'Death Trap

(죽음의 덫)' 입니다. 토니상 후보에도 올랐고 브로드웨이에서도 1800회 이상 공연된 아주 재미있고 치밀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좋은 작품입니다. 

오래전에는 '마이클 케인'과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작품입니다. 

스케일상 영화화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 아마도 작품이 너무 재미있다보니 영화화한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MBC 베스트극장에서 극화하기도 했었습니다.


저희는 아마추어 극단이다보니 출연자들도 스텝도 전부 프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웃지못할 아찔한 기억도 많았습니다. 극중에서 주인공 시드니와 클리포드가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명의 젊은 클리포드는 유명극작가인 시드니와 함께 공동으로 희곡을 집필하다가 결국 이것을 

자신만의 작품으로 만들 생각으로 시드니를 죽일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시드니를 의자에 앉혀서 벽에 장식되어있던 수갑으로 채웁니다. 

하지만 장식되어있던 수갑은 진짜 수갑이 아니라 마술사 '후디니의 수갑'이었던지라 시드니는 수갑을 쉽게 

풀고는 뒤돌아 도망가는 클리포드를 칼로 찔러서 죽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저희는 시간상 재정상 가짜 수갑을 만들 재주가 없었던 겁니다. 둘이 대화를 하다가 결국 몰래 수갑을 풀어서 

려 들어서 죽여야되는데 진짜같은 가짜 수갑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엉성하게 하기도 좀 그랬거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경찰서에서 진짜 수갑을 빌렸습니다. 그리고는 의자 귀퉁이에 수갑열쇠를 숨겨놓았습니다. 

그래서 연극을 하는 중에 슬쩍 풀어서 칼로 찔러 죽이는 걸로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공연중에 스텝이 의자에 수갑열쇠를 숨겨 놓는걸 그만 깜박했습니다. 

배우들은 그런줄도 모른채 수갑을 채워놓고 연극을 진행해 나가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있던 시드니 역할을 

맡은 배우는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약속해 놓은 곳을 아무리 손으로 더듬어봐도 수갑열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후디니의 마술 수갑이었어~!" 하면서 벌떡 일어나 클리포드를 칼로 찔러 죽여야 되는데, 의자귀퉁이에 

수갑이 채워진 상태니 정말 난감했을 겁니다. 영화같으면 "컷~!!" 그러고 다시 찍으면 되는데 말입니다. 

백명의 관중이 숨죽인채 바라보고 있지...수갑은 풀 수 없지...연극의 흐름상 클리포드를 죽이기는 해야겠지....

정말 황당했겠어요. 결국 시드니 역할을 맡은 배우는 수갑이 채워진 채로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들어서 

클리포드를 내리쳐 죽입니다.ㅋ 칼에 찔려 죽을줄 알고 리액션을 준비하며 뒤돌아 걷던 클리포드 역의 배우는 

또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가짜칼로 죽이는건 장난감 칼이니까 괘안았는데 의자로 내리쳐 죽이는건 장난처럼 할 수 없기에, 또 얼마나 

쎄게 내리쳤게요. 


결국 연극은 칼에 찔려죽는 클리포드가 아닌 의자에 맞아죽는 클리포드로 바뀝니다. 더욱 황당한건 그 부분 

이후에 나오는 저의 대사들입니다. 제가 맡은 역은 극중 변호사인 '포터'라는 역할이었는데 사건을 복기하며 

시드니가 칼로 찔러 죽인다는 모든 대사를 의자로 내리쳐 죽인다는 대사로 모조리 바꿔서 해야했으니 말입니다. 

대사하면서 웃겨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건 관객들은 아무도 진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냥 원래 그러려니 하고 앉아있을뿐이었죠.... 


영화 '끝까지 간다'라는 영화가 금년에 본 영화 중에 기억이 납니다.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저는 은근 좋더라구요. 그래서 '이선균'보다는 조진웅씨를 보고 싶어서 그영화를 보았

니다. 늘 그러듯 역시 아쉬움은 있었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가슴이 약간 먹먹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건 극중 '맥거핀'처럼 등장하는 '이광민'

이라는 배역 때문이었습니다. 맥거핀은 영화에서 '미끼'나 '속임수'같은 역할을 해서 관중을 몰입하게 만드는 

중요한듯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그런 배역이나 장치들입니다. 일종의 '낚시'의 의미가 강한것이죠. 

히치콕감독이 처음 영화에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대충 이런 것들입니다. 


'시민 케인'의 '로즈 버드'나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 혹은 '미션 임파서블3'의 '토끼발' 같은 것이 대표적인 

맥거핀이 되겠습니다. 물론 극중 무언가가 맥거핀이냐 아니냐는 보는 사람에게 달린 문제입니다만, 하여간 

'끝까지 간다'라는 영화에서 '이광민'이라는 인물은 아주 많이 언급되고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맥거핀 같았습니다. 영화에서 이광민이라는 인물은 얼굴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번 정도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억에 남질 않습니다. 대부분 어둠 속에 서 있거나 시체로 

뒹구는 것이 역할의 전부입니다. 시체역할도 출연진 소개에 뜰까 싶어서 끝까지 보니 있었습니다. 


그 역할을 맡은 분은 '조하석'이라는 단역배우였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러시아에 연기유학을 다녀오기도 

한 노력하는 실력파 연극배우시던데 이 영화에서는 얼굴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조하석씨의 입장에서 

영화를 찍는 동안 얼마나 가슴한켠이 시렸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니 정말 눈물이 핑 돌더군요. 

연기라고 할 것도 없는 영화 속 이광민이라는 사람의 시체 역할..... 그것이 조하석씨의 무대 전부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자마자 하나님이 세팅해 놓으신 무대위를 오르는 배우들입니다.

누군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에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조하석씨 처럼 시체 1,2,3 혹은 행인 1,2,3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나도 잘 할수 있는데 고작 이런 배역만 시키냐고 툴툴대고 나는 뭐한것도 없는데 벌써 무대

하차냐며 궁시렁 대기도 해보지만 결국 우리의 무대는 그렇게 우리 맘대로 연출되어지지 않고 있고 아마 계속 

그럴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무대를 상상해 봅니다. 

무대중앙 왼편에 작은 계단이 있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무대를 오릅니다. 사람들이 모두 저만 바라보는 것 같고 

그 무엇을 해도 성공할 것만 같습니다. 눈부신 조명은 언제나 나만을 쫒는듯 보이고 모든 연기자들과 무대

장치는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렇게 무대를 좀 노닐다가 저편으로 걸어가 보니 이제 무대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의 끝은 어둠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저계단을 내려가면 내 역할은 끝이나고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화려한 무대는 이어지고 새로운 배우들이 저의 빈자리를 야속하게 대신하겠지요. 

기왕이면 주연이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주연은 아니어도 좀 화려한 역할이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수와 환희를 온몸에 받는 그런 역할이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연출자의 지휘에 아쉬움이 흐릅니다. 게다가 관객들은 우리를 맥거핀이나 

엑스트라 정도로 밖에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참 불쌍하고 허망한 삶이었다며 혀를 끌끌찰지도 모르

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펼쳐놓은신 세상이라는 무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짜'가 아니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진리의 여정을 체험하고 돌아가 진짜 하나님의 나라를 살게 

된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엑스트라도 아니고 의미없는 낚시 미끼같은 맥거핀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공중의 참새보다도 땅 위의 

백합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고 귀한 존재라고 하십니다. 물론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그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시체 역할이던 

행인역할이던 하나님이 연출하시는 연극의 완성을 위해 우리에게 맡기신 역할을 조용히 해나가면 될 것 입니다.

보잘것없는 시체역할인 이광민으로 출연했던 조하석씨가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에서 조규만으로 출연했던 

저역시 우리 주님께서는 제 안의 예수로 봐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연기가 좀 부족해도 상관없습니다 

ㅋㅋ


한 해의 연극 한편이 또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올해의 역할도 잘 해내셨나요? 커튼콜 받을 준비 되셨습니까? ㅋ

서머나성도님들...그리고 조하석님...모두 홧팅입니다.

올해의 제 역할을 하나님은 뭐라고 평가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여전히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고 

주연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불평불만 속에 살았습니다. 나도 좀 화려하고 빛난 역할을 하며 제가 알아서 잘 

살아보고 싶은데...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주제도 모르고 말이죠....

'하나님 제가 알아서 잘 할께요.....그냥 좀 응원하면서 지켜봐주시면 안돼여??....'

그러면 제귓가에 하나님이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너나 니 아들이나 똑같다 이눔아.....'

저는 언제가 되면 하나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ㅠㅠ


아들이 묵묵히 잔소리를 듣더니 밝은 얼굴로 저에게 얘기하는데....정말 깜놀 했습니다. 


"아빠~ 저 이제 19살인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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