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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11 09:42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16,429  




1988년 올림픽, 벌써 26년이나 지나버린 그가슴 설레이던 해에 여러분은 뭘하고 계셨나요?
전 보무도 당당한 군인이었습니다. 국가적으로 참 좋은때였는데 전 국가적으로 참 혼란스러웠던 1987년 군에 입대
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올림픽 경기장을 지원하며 지키는 올림픽 지원사령부라는것이 창설되었고 그부대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몇개월이었지만 참 꿀같은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부대에서 외출증을 끊어주더니 용산에 있는 당시 국제빌딩에 가서 각각 88올림픽 공식유니폼을 받아 
오라는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있긴 하지만  당시 잘나가던 시절의 국제상사 '프로스펙스' 공식 유니폼과 신발을 공짜로 
준다니 참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으로 대여섯명의 군바리가 국제빌딩에 도착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당시의 국제빌딩은 어찌나 멋지던지요.
촌스럽게 빌딩을 우러러 바라보다가 십몇층인지 이십몇층인지 하여간 되게 높은 어느층의 담당자를 찾아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섰는데 동료중 한명이자 경북 상주 깡시골이 고향이었던 일명 '똥파리'일병이 쭈뼜대며 자기는 
그냥 걸어 올라가겠다고 하더군요.

아니 5,6층도 아니고 수십층위의 사무실을 걸어올라가겠다니 이게 뭔일인가 싶어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고 
잡아 끌어도 이친구가 극구 사양하며 굳이 자기는 걸어서 올라가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친구가 어지럼증 같은게 
있나 싶은 생각에 무슨 사연이 있나 싶어 제가 조용히 속삭이며 따로 물어 봤습니다. 
"야, 똥파리, 너 왜 걸어 올라갈려고 그러는건데? 걸어 올라 갈려면 얼마나 힘든데..."
그랬더니 그친구가 상주시골의 순박한 송아지눈같은 큰눈동자로 빌딩 위아래를 둘러보며 조용히 제게 그랬습니다. 
"나....돈없다 아이가...내는 그냥 걸어 올라갈란다....." 
그래서 제가 진지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타는건 공짜라는걸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개울가에서 뛰노는 시골어린
아이의 행복한 얼굴로 두서너번은 족히 괜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엘리베이터를 즐기던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나 처음 타본다 아이가...에레베타?? 쥑이네...함 더타자~"
1988년 경북 상주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빌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하여간 그 친구가 처음이라고 
하니 그날 정말 신기한 하루를 보낸건 상주똥파리가 아닌 서울뺀질이였던 저였습니다.
 
아일랜드의 불행했던 과거를 다룬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소리소문없이 전세계적으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따끈
따끈한 영화입니다. 원제는 '필로미나 리의 잃어버린 아이'인데 우리나라로 넘어 오면서 '잃어버린 아이'가 '기적'
으로 바뀝니다. 왜 잃어버린 아이가 기적으로 바뀌었을까요..
일단은 간단합니다. 좀 더 자극적이니까요. 사람들 기적 엄청 좋아하자나요. 
그래도 뭔가 기적이라고 할만한게 있어야 염치불구하고 '기적'이라는 단어를 쓸수 있었을텐데...
그렇다면 무엇이 기적일까요.....한번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화된 이영화의 여주인공 필로미나는 007시리즈의 M으로 유명한 쥬디 
덴치가 맡았습니다. 영화 보면서 내내 이할머니가 아니면 과연 누가 이역할을 이렇게 잘해낼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올해로 80인 이할머니의 연기생활이 올해로 76년째라고 하니 정말 삶 자체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참 연기 잘합니다.  2014년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기대해볼까요 ㅋ.

또다른 주요 역할중 하나인 전직 기자출신이자 은퇴한 고위공직자 마틴 역할은 스티브 쿠건이라는 배우가 맡았습니다. 
이영화의 제작과 각색도 함께한 이배우는 코믹전문배우인데 정말 멋지게 사건의 제3자로써의 담담하면서도 치열한 
역할을 잘 해주었습니다. 어쩌면 이두사람만이 시종일관 영화 전체를 휘젓는 관계로 다소 무료하고 시시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보기 드물게 화학적 융합이 아주 잘 일어난 멋진 캐스팅이었습니다. 
둘의 주고받는 대사와 표정연기등이 아주 압권입니다. 
성당에서 예수를 안은 성모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있는 늙은 한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주님을 바라보며 자신의 
죄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50년간 비밀로 간직해온 자신의 이야기를 이제 막 세상에 꺼내놓으려 합니다.
필로미나는 아일랜드의 어느 시골마을축제의 놀이공원에서 멋진 총각을 만나 바로 사랑에 빠집니다. 
꿀바른 사과를 먹던 필로미나에게 살며시 키스하는 젊은총각...그리고 그달콤함에 손에 들고 있던 달콤한 사과를 땅에 
떨어뜨리고마는 필로미나...이것으로 비극은 시작 됩니다. 
마치 선악과를 따먹고 일순간 행복했을 아담과 이브처럼 말이죠. 

그날의 달콤함을 필로미나는 자신과 함께 아들찾기에 나선 마틴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난 속죄하려고 애를 포기했던거야, 더 큰죄는 내가 그걸 즐겼다는거고..."  
"뭐를요?" 
"섹스....얼마나 좋던지 하늘을 나는것 같았어, 그멋진 남자의 짜릿한 손길이란...
몸이 저절로 뜨거워질줄은 몰랐다니까...." 
할머니의 뜬금없는 고백에 마틴은 나름 의미있는 일성으로 하나님을 조롱합니다.
"왜 신은 인간에게 성욕을 주고 참으란 거죠? 
인간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끼시나? 누가누가 잘 참나 보려고?...."
십대였던 필로미나는 그만 임신을 하게 됩니다. 배가 불러오자 집에 쫒겨나 수녀원으로 들어가게 되죠. 
당시 미혼모들은 지금보다 훨씬 천대받았는데 그나마 그들의 피난처가 되었던곳이 수녀원이었던거죠. 
수녀원에서 수녀들이 임신하여 배가 나온 어린 그녀에게 묻습니다. 
"죄 지을정도로 그게 좋더냐? 네가 스스로 속옷을 벗었느냐?..."
이 쌩뚱맞은 질문은 수녀들의 입장에서는 '죄'의 주체를 파악하는 중요한 문제였나 봅니다. 
필로미나는 자기가 벗었노라고 얘기합니다. 난감해하며 불결해하는 수녀들....
수녀들은 어쩌면 그녀가 강간 당하여 들어 온것이기를 바랬던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 동정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렇게 영화는 비극으로 한걸음씩 깊이 들어갑니다. 수녀원에서 아이를 낳은 필로미나는 중노동에 시달립니다.
아이를 키워주고 자신이 머무르는 댓가인것이죠. 미혼모들에겐 겨우 하루에 한시간 아이와의 시간을 허락하는데 
그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모든 어린미혼모들이 아이들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그렇게 4년을 아이와 함께 보내게 된 필로미나는 어느날 자신의 아이가 어느좋은 차를 타고온 부자들에게 입양되어
지는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소리지르며 울부짖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그녀는 아이를 입양시키되 어떤 권리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50년이 흘러 간호사로 은퇴하여 할머니가 된 필로미나는 50년만에 잃어버린 아이를 찾겠노라고 마음먹습니다. 
우연히 필로미나를 돕게 된 전직 BBC기자출신인 마틴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을 찾아봅니다. 당시 수녀원에서 
교회의 살림에 보탠다는 명목으로 일인당 1000파운드를 받고 아이들을 미국으로 입양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필로미나의 아이 역시 미국에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단 한번이라도 엄마를 생각했었는지...오로지 이한가지 사실만을 알기 원했던 필로미나에게 앞으로 어떤 진실이 
밝혀질까요? 과연 아들은 단 한번이라도 엄마와 고국 아일랜드를 생각했을까요? 
여기까지만 소개드릴까 합니다. 다 말씀드리면 볼맛이 안나실테니 말이죠.^^;;
 
김성수 목사님의 말씀을 통하여 하나하나 주님의 말씀을 듣고 또 들을때마다 스스로에게 얘기하곤 합니다. 
그래...다시 생각해보자...다시 생각해보자...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모든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죄..하나님..예수님..사랑..심판..구원..그모든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그러는 와중에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아픔과 좌절은 주님과 나를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 바로 나의 기독교이고 
나의 예수님이고 나의 십자가이고 나의 종교행위였다는것입니다. 
하나님과 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바로 나의 기독교이고 나의 예수님이고 나의 십자가라니...
그건 좀....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 그랬습니다. 나의 무지와 나의 오해와 나의 그릇된 목자들의 인도함으로 
인하여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기독교, 오해하고 있는 예수, 남용된 십자가 그런것들이 오히려 아버지와 나를 가로막는, 
마치 영화속에서 필로미나와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종교의 굴레와 돈과 수녀들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나만의 기독교', 그리고 역시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예수님', 그리고 내가 지었다 지웠다하는, 내가 착각
하는 '나만의 죄'라는 것들, 그모든것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신화속의 이야기인양 순진한척 눈깜박이며 아는듯 
모르는듯 어영부영 살고 있는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의 입맛과 사람들의 입맛, 그것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종교란 그리고 신이란 이럴것이고 무릇 종교라면 사람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야 될것이라고 함부로 판단하여 
믿고 또 그렇게 믿는대로 그려가고 있었습니다.
영화 시작부분에서 성당에서 나오며 성수대에서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긋는 필로미나가 그려집니다. 
하지만 영화 끝부분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생각하며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고 성당에 들어갔다가는 막상 신부앞에서 
아무런 죄를 고백하지 못하고 눈물 흘리며 나오는 필로미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이번엔 성수대를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성수대의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긋는 행위는 나의 죄를 자복하고 
앞으로 성수의 힘을 입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카톨릭의 종교행위인데 말이죠. 
우리나라 성당에서는 들어갈때만 하고 나오면서는 성수대 물을 찍지 않던데 영국은 다른가 봅니다.
하여간 이장면에서 무언가 감독이 얘기하는바가 있는듯 한데 그느낌이 연출자의 의도와는 달리 다른 의미로 맛
있습니다. 영화시작부분에서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긋는 필로미나의 모습은 마치 욥이 '주신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라며 잘알지도 못하고 고백하는 순종의 모습같이 보이지만 결국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 고통
중에 성당에 들어갔다가 신부앞에서 아무런 죄도 고백하지 못하고 나와 도망가듯 성당을 나서는 필로미나의 모습은 
도무지 무엇이 자신의 죄인지 말할게 없었다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거죠. 결국 내가 뭘 잘못한 것이기에 
내게 이러시는것이냐고 하나님을 향하여 눈물짓던 욥의 그모습처럼 제게는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영화속에서 필로미나의 이런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을 통하여 인간으로써의 가치와 허울좋은 
용서의 아름다움들을 말하며 동정하지만 속으로는 하나님을 향하여 삿대질을 하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오롯이 인간 
필로미나만이 드러나고 잔인하고 무관심한 하나님은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의 뒤편으로 가려지는 모양입니다.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아주 오래전 선우일란 아줌마와 정동환 아저씨가 주연했던 제목만 훌룡했던 이영화에서는 스텝바이 스텝 하지않고 
단번에 상류층으로 출세하려던 어느 젊은이를 통하여 산업사회에 접어 들어간 당시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로 
엘리베이터 올라타기의 위험을 알렸었는데 오늘은 웬지 엘리베이터 올라타기가 그렇게 나쁘게 다가오지는 않네요. 
똥파리 덕분인가 봅니다. 만약 엘리베이터 그안에 진리가 있고 그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평안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값없이 올라탄 우리는 참으로 기적의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걸어서 저 하늘까지 
올라가보겠다는 온갖 세상의 어리석은 자들과 우리는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속에서 가장 넌센스였던 장면은 모녀사이를 갈라놓고 죽을때까지 만나지 못하도록 필로미나를 심판한 힐더가드 
수녀의 외침입니다. 어쩌면 복음을 알기전 우리의 고백과 다르지 않습니다.
"난 정결과 순결을 서원했고 그걸 평생 지켰소. 육체의 욕정을 이기고 수행해서 주님 가까이 간것입니다. 
그 여자애들은 다 죄인이었어. 육체를 더럽혔잖아, 심판은 주님의 몫이니 떠들지 마시오......"
그러면 결국 필로미나에게 일어난 기적은 무엇일까요....
관객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지 않기에 어떤 기적이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그기적이 어떤 기적인지 영화를 
보면서 '몸이 저절로 뜨거워짐'으로 느껴집니다. 내가 어찌하여 내가 무엇이간데 이진리를 알게 되었을까...
나와 하나님 사이를 가로막던 이벽을 허물어주신 은혜를 어찌 알게 해주신것일까...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그것이 공짜인지 아니면 어떤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것인지 나는 어떻게 알게 된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것들 내가 알게 된 것들, 그리고 앞으로 또 배우고 알게 될 것들, 
그 모든것들이 우리에겐 기적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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