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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02 09:22
   변태하지 못한 변태의 슬픔 -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15,426  




제가 그녀석을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겠다고 마음 먹은건 그녀석을 처음 만난날 그녀석 때문에 정말 큰사고가 

날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녀석이 주는 적지않은 고통이 저를 불편하게 한것도 사실이지만 그녀석이 

매일 어느 구석인가에서 저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을것이라는 스산함도 충분히 저를 기분나쁘게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갑자기, 느닷없이 그녀석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그모습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녀석의 흔적을 온몸으로 느끼며 언제인가부터 그녀석을 은근히 기다리며 

찾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석을 용서하고 그녀석과의 동거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녀석에게 제몸을 맡기고 그녀석에게서 숨겨진 나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그녀석을 좋아했던겁니다.
그녀석은 작년 초여름 무렵 어느날 제차안에 숨어 들어온 모기입니다.


2011년 개봉한 일본영화 '8일째 매미'는 일본아카데미영화제에서 무려 10관왕을 차지한 영화입니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등 중요한 부문의 시상은 전부 휩쓸었습니다.
물론 참 시시하게 본 영화입니다. 우연히 제목이 눈에 띄어서 본 영화이지 상을 많이 타서 본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정말 일본인들과는 정서가 영 맞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같은듯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이질감의 재미를 맛보려 

일본영화를 보는것 같습니다만 하여간 확실히 중독성은 좀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한유부남이 바람을 피우다 불륜녀에게 아이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본처와 곧 이혼하고 함께 살겠다고 하더니 막상 

아이가 생기자 지우자고 합니다. 착하기만 한 여자는 남자말대로 아이를 지우는데 그만 후유증으로 다시는 임신을 

못하게 됩니다. 남자와 결국 헤어지게된 여자는 사랑했던 유부남에게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저 

아기 얼굴이나 한번 볼려고 몰래 집에 찾아갔다가 그만 충동적으로 그아이를 유괴하여 도망가게 됩니다.

 

그렇게 오륙년을 숨어 키우다가 결국 경찰에 잡히게 되고 아이는 원래의 부모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유괴했던 가짜엄마를 친엄마로 생각하며 자라고 친부모는 아이에게 진짜 부모로써 인식

되어지지 못하고 겉돌게 되는 비극을 맞이합니다. 훗날 결국 그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자신을 유괴했던 가짜

엄마처럼 어떤 유부남의 아이를 갖게되고 그속에서 빚어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영화는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출생의 비밀은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일일드라마든 주말드라마든 왜그리 아이 가지고 장난을 하는지 낳았다가 잃었다가 찾았다가 바뀌었다가 정말 

어찌나 쌩쑈를 하는지 우리나라 작가들 수준 대단합니다. 또 그걸 욕하며 한편으로는 즐기는 시청자님들은 또 

어떻구요. 최근 우연히 보게된 어떤 드라마는 한남자가 억울하게 죽은 친구의 딸을 키우는데 그딸이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수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고 또 그아들은 원수의 친아들이 아니라 정자기증을 받아 얻은 

아들로 밝혀지는데 그정자기증자가 그딸을 거둬 키우는 남자랍니다. 

뭥미?? 드라마속 세상을 보면 한 이삼십명 모여사는 섬에서도 일어나기 어려운 인연과 우연속의 일들만 다룹니다. 

배우들이 진지해서 그런지 어지간한 코미디프로보다 더 웃겨요....  


하여간 이영화도 작가가 우리에게 도무지 뭘 얘기하려는건지 알 수 없는상태에서 그렇게 끝나는데 영화속 

주인공이 친구에게 하는 대화중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매미가 지상으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죽어버린다는 걸 알았을 때 놀랍지 않았어? 겨우 7일을 살고 죽어

버린다니 너무한 것 같지 않니? 그런데 다른 매미들도 7일만에 죽는다면 별로 쓸쓸하지 않아. 

다른 매미도 다 똑같은데 뭐. 하지만 만약에 8일째를 사는 매미가 있다면 행복할까? 친구들도 다 죽어 버렸는데? 

오히려 그 편이 더 쓸쓸할 것 같아....." 
주인공은 엄마처럼 살기는 싫다며 유부남의 아이를 지울까 하다가 결국 아기를 낳아 홀로 키우기로 마음먹고는 

다시 같은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저기말야, 전에 매미 얘기 한 적 있지? 7일만에 죽는 것 보다 8일째 살아남은 매미가 슬프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아닐지도 몰라...8일째 매미는 다른 매미들은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걸....

어쩌면 그건 굉장히 아름다운 것일지도 몰라, 안그래?"

 

8일째를 맞이하는 매미....모두가 7일을 살고 죽는데 8일째를 맞이하는 매미가 있다면.....
혼자 살아남은 매미는 기분이 어떨까요? 사랑하는 가족매미 친구매미 다죽어버린 세상속에서 혼자 남겨진 

8일째의 매미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쓸데없는 고민입니다. 
전 제 차안 어둠속에서 숨어 살며 제몹쓸 피를 먹고 사는 모기를 보면서 그녀석의 삶이 꼭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보겠다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날아다나다가 우연히 숨어 들어온 차속, 

그리고 그안에서 오로지 한남자의 더러운 피만 쪽쪽 빨다가 가는 모기 한마리의 처연한 삶이 정말 저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간 그녀석은 얼마나 작은지 눈에 보이지는 않는데 왱왱거리며 차안을 날아다니다가는 꼭 제발목 부분의 이곳

저곳을 물고는 다시 사라져버립니다. 자신을 때려잡을 수 있는 손에서 제일 먼 부위가 발이라는 사실을 아는 똑똑한 

놈입니다. 이녀석 속으로는 오래전 만화영화 '요괴인간'의 주제가처럼 제피를 빨아서 '빨리 사람이 되고싶다~'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따갑고 가려운지 운전중에 발을 들어올려 긁다가 그만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날뻔 했던 것입니다. 

사고가 나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지만 모기한테 물린곳 긁으려다가 죽는건 정말 아니자나요. 
그래서 저는 그녀석을 필사적으로 잡기 위해 에어컨을 슈퍼초강력울트라 모드바람으로 켜고 다니며 얼려죽이기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앞뒤 사면의 유리창을 활짝 열고 이녀석을 창박으로 날려 버리려는 마음으로 140킬로 이상으로 

씽씽 달려도 보았는데 도데체 이놈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도무지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모든 노력에도 속절없이 매일 차만 타면 어디선가 조용히 아니 요란하게 나타나서 제몸의 별로 깨끗하지도 않은 

기름진 피를 쪽쪽 빨아 먹으며 그녀석은 자신의 삶인 여름을 나고 있었습니다. 
싸우다 정든다더니 그러다 결국 저는 그녀석과 정이 들고 말았습니다.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모기는 다 모씨자나요. 영어로도 모기는 모스키토니까...
그래서 '모토'라고...........차를 타면서 "헬로우 모토~" 하면 포르르 날아와 제피를 빨곤 했습니다.


물론 뻥입니다만 하여간 그렇게 매일 밤마다 그녀석에게 날 잡아잡수 하는 마음으로 몸을 내어주고 지냈습니다. 

행여 좀 늦게 나타나는 날에는 이놈이 차안 어디선가 객사한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으니 정이 어지간히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귀챦으면서도 은근 즐기는듯 마치 어린아기에게 수유하기 위해 젖가슴을 열어 제끼는 엄마의 

마음으로 저의 포동포동한 살들을 내어주며 노출을 즐기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녀석의 모든것은 결국은 '나'였습니다. 
초여름, 아마도 새끼일때 부터 온통 내피만을 빨아 먹고 살았으니 이녀석의 몸뚱이는 결국 내피로 만들어진 내분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러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려고 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녀석과의 동거는 곧 막이 내릴것이라는걸 알고 있었죠. 가끔 외로움에 세상돌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매일 오며가며 차안에서 김성수목사님 설교도 엄청 같이 들은 은혜받은 녀석인데....
하지만 헤어짐은 늘 그렇듯 기약이 없었습니다. 
모토는 언제인가부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녀석과의 아름다운 육체적인 관계가 끝을 맺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을때 

운전대를 잡고 혼자 외롭게 집으로 돌아가며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운 쓸쓸함에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모토는 그렇게 한 생을 마감하고 저에게서 떠났습니다. 온전히 제피만 빨아먹다가.....


저는 하나님 아버지를 진짜 아버지라 생각하지 않는 가짜같습니다.
암만 생각해도 가짜 같아서 불안하고 괴롭기만 합니다. 저와 함께 동거한 짧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의 키스와도 같은 

7일간의 세상이 아버지같고 어머니 같기만 합니다. 아무리 네가 너의 아버지라고 하나님이 얘기해 주셔도 고개만 

끄덕끄덕 하다가는 이내 곧 세상을 향해 머리에 꽃꽂은 미친X 마냥 두팔 벌리고 뛰어가버리곤 합니다. 

드라마속 징그러운 출생의 비밀은 어쩌면 제삶속에서 매일 연출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웃기면서 슬픈건 사실은 세상으로 뛰어 나가봐도 늘 혼자라는겁니다. 
이제는 아무도 반겨주는 이도 없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려봤자 외로움만 더욱 진해질뿐입니다.
게다가 이미 세상의 산해진미가 그렇게 제입맛에 맞지도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전 가여운 모토를 죽이지 않기로 

결심했었습니다. 전 가여운 모토처럼 하나님의 말씀만 빨아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걸 모토에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저를 위해 펼쳐주신 7일간의 삶속에서 도무지 8일째의 새날을 모르는 자들의 볼거리 먹거리를 찾아 헤메이는 

저는 참 바보입니다. 점점 입맛을 잃어가고는 있지만 이제 그만 매미처럼 변태하고 싶은데...그게 그렇게 안되네요. 
김성수목사님이 어느 로마서 설교를 마치시고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하나님 은혜를 감사합니다....
아버지, 무덤을 행복해하는 변태들의 행진, 이것이 교회의 신앙생활 아니겠습니까.
아버지 하나님, 이곳 무덤을 경험하며 영원한 무덤에서 우리가 해방될 수 있다라는 그소망을 꼭 붙들고서 오늘을 이기도록 

하옵소서" 제대로 변태해서 제대로 변태스럽게 살아보고 싶은데 정말 이도저도 아닌, 변태하지 못한 어설픈 바바리맨 

같은 변태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니 행복하기는 커녕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합니다.


하나님의 매질은 오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8일째 살아남는 매미로 만드시려나봐요. 꼭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감사히 그렇게 또 하나하나 잃어가며 오늘하루를 보냅니다.


외롭고 쓸쓸한 이번 여름엔 또 뭐랑 사귀게 될런지....
기대됩니다...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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