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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05 11:41
   신데렐라 -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njsmyrna
    조회 : 13,990  


아내는 제가 유치원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끔 저를 놀리곤 합니다.
그렇게 조기교육을 제대로 못받아서인지 전 아직도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속 이야기들이 뒤죽박죽이고 정리가 안된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전 콩쥐팥쥐중에서 누가 나쁜X이고 누가 착한분인지 아직도 헷갈리고 신데렐라가 사과먹고 기절한 
여잔지 백설공주가 유리구두신고 뛰다 자빠진 여잔지 자꾸 꼬이기만 합니다. 스토리도 자꾸 뒤죽박죽 꼬여서 누가 호랑이
한테 쫒긴거고 언제 나뭇꾼이 등장해서 뻘짓을 하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역시 조기교육은 중요한것인가요ㅠㅠ...
제가 어렸던 그때 그시절에는 다들 유치원을 안가는줄 알았는데 실제로 제법 많은 친구들이 유치원을 나왔더군요. 
유치원을 안나온 죄로 구박을 당할때는 아내를 역공하곤 합니다. "왜이래~그래도 나 사립초등학교 나온 남자야~" 하고 말이죠.
하지만 유치원을 나왔든 사립초등학교를 나왔든 결론은 둘이 그냥 이모양 이꼴로 산다는거...ㅠㅠ 
그러니 그런게 다 무슨의미가 있겠어요 ㅋ


옛날옛날 당나라시절에 '예쉔'이라는 여자아이가 살았답니다.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힘들게 살던 예쉔에게는 
예쁜 '붉은비늘물고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예쉔은 친구처럼 그물고기와 지내고 있었는데 우리모두의 예상대로 
나쁜 계모가 어느날 그물고기를 잡아다가 찜쪄먹어 버립니다. 어린 예쉔은 슬피울며 그물고기의 뼈를 가져다가 장사를 
치뤄주었는데 그때 물고기의 신령이 나타나 예쉔을 도와줘 화려한 옷과 황금신발을 선물하여 마을무도회장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무도회장에서 계모와 언니들에게 쫒겨 황급히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만 신발 한짝을 잃어버렸는데 예쉔의 미모에 
반한 왕이 그신발의 주인공을 수소문끝에 찾아내 결국 둘이 결혼하게 되어 행복하게 잘살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이거 많이 들어본 스토리죠?ㅋ 이로부터 800년후 프랑스에서 신데렐라이야기가 나왔답니다.


우리가 영화를 즐겨 보는 이유중 하나는 영화가 대체로 '허구(Fiction)'이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사람들이 익히 아는 주변인물들, 혹은 역사속 인물들의 삶을 '사실(Fact)' 있는 그대로 영상으로 담아내면 생각보다 그렇게
감동적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로 표현이 좀 우습지만 정말 정말 영화같은 삶을 살아낸 한인물의 이야기를 
어떻게 감히 어설픈 배우들의 연기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러셀 크로우와 르네 
젤위거가 주연한 영화 '신데렐라맨'은 정말 적당히 어쩌면 쪼금은 넘치도록 사실을 허구의 그릇속에 담아낸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데렐라맨은 '제임스 브래독'이라는 1930년대의 라이트헤비급 권투선수의 이야기입니다. 
브래독은 저돌적인 스타일로 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지만 언제나 그를 따라다니는 부상으로 인해 기대에 못미치고 조기은퇴한 
선수입니다. 그는 미국에 닥친 대공황으로 인해 어쩌다 한번 기회가 오면 일하게 되는 일용직 부두일로 겨우겨우 세아이와 
아내를 부양하는데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힘들기만 합니다.


그러던 그가 결국은 너무 먹고살기 힘들어져 다시 권투를 하게되고 당대의 유명한 챔피언 '맥스베어'에게 도전하게 됩니다.
맥스베어는 이미 두사람의 도전자를 링위에서 죽게 만들었던 무시무시한 펀치력의 선수였기에 브래독의 도전은 사실 목숨을 
걸고 할 수밖에 없었던 절실한 경기였습니다. 지금은 12라운드이고 선수가 다운이되어 쓰러지면 중립코너에 가서 
상대방이 일어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싸웁니다만 1930년대의 복싱은 15라운드에 상대선수가 쓰러지면 그선수 바로옆에 
서있다가 일어나면 다시 펀치를 날리는 시스템이었으니 오랜공백과 부상으로 준비가 잘안된 브래독에게는 정말 목숨을 건 
한판이었습니다. 게다가 라이트가 붙었지만 어쨌든 헤비급이었고 그땐 두툼한 글러브도 없었으니 링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이 그렇게 황당한일만도 아니었나봅니다. 하지만 결국 예상대로 브래독은 맥스베어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챔피언에 오릅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훗날 기자가 당신이 목숨을 걸고 권투를 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때 브래독은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Milk~"


신데렐라맨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가스요금을 못내 난방이 끊어진 추운집에 살던 브래독은 아이들에게 우유에 물을 타먹이며 가족해체의 직전에 몰립니다.
그래서 브래독은 권투협회를 찾아갑니다. 선수시절 손목부상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방어적인 경기를 했었는데 그런 속도 
모르고 성의없는 경기를 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제명한 권투협회입니다. 권투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씨가에 위스키를 마시며 
한참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 클럽에 브래독은 남루한 옷차림으로 들어섭니다. 일순간 클럽안은 브래독이 협회에 뭔일로 왔나 
하는 생각에 침묵에 빠집니다. 그때 브래독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는 모자를 벗고 얘기합니다. 
"점점 일자리는 줄고 더이상 팔물건도 집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갈수있는 곳이 여기뿐입니다"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모자를 들고 클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걸을 합니다. 사람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혹 몇몇은 마뜩찮은 
눈빛으로 동전을 넣어줍니다. 정말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클럽사람들은 대부분 따뜻한 말을 건네고 위로해주었습니다.
이장면을 보며 저역시 부족한 가장으로써 참 많은 힘을 얻었고 용기를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머나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가끔 목사님 말씀 안듣고 주변을 돌아보며 말씀을 듣고 계신 성도님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성도님들이 남기시는 이런저런 글들을 틈틈이 읽어봅니다. 그러면 참 신기하고 또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니 이분들이 다 어디서 어떻게 이진리의 말씀을 듣고 모이시게 된걸까...그리고 어떻게 감히 나는 이자리에 있는걸까....
감사한 마음으로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은 어디입니까? 우리가 그 신령한 젖을 맛볼수 있는곳은 어디일까요?
더이상 갈곳이 없습니다. 나침반도 없고 선장도 없는 난파선속에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살던 그때 그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염치없이 찾아가 우유 살돈을 구걸하는 짐 브래독 마냥 힘들게 모였습니다. 
아니 모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서머나이기에 다행이고 너무 행복합니다.


원작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원래 유리로 만든게 아니랍니다.
사실 유리로 만든 구두를 신고 어떻게 춤을추고 걷고 뛰고 하겠어요. 어린마음에도 이상하다했더니 프랑스어로 verre(유리)와 
vair(가죽)이 발음이 헛갈려서 혼용되어 구전되다가 얼떨결에 유리구두로 자리잡았지 원래 신데렐라의 이야기속 신발은 가죽
신발이랍니다. 그리고 신데렐라의 원래 뜻은 '재를 뒤집어 쓰다'라네요. 아마도 부억떼기였던 신데렐라가 늘 아궁이 앞에서 
재를 뒤집어 쓰고 일해서 붙여진 이름인가봅니다. 그러고보니 우린 모두 또다른 모습으로 재를 뒤집어 쓴채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신데렐라이자 또다른 욥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박을 마차로 둔갑시켜 달라고 아무리 졸라도, 쥐같은 주변사람들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신하같은 사람으로 변화시켜 달라고 아무리 졸라도 우리에겐 동화속 이야기같은 놀라운 기적이 벌어지지 
않을런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12시가 넘어가면 세상모든 화려함과 영화로움이 모두 한순간의 재로 변할것이라는 하나님의 계획은 
알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동화속 주인공들입니까. 유치원도 안나왔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Fact 를 알고 있다하면서도 Fiction 속 주인공을 꿈꾸고 있으니 난감하기만 합니다.
아는것과 살아가는것은 참 다르지요. 신데렐라도 어쩌면 결혼하고 엄첨 후회했을지 모릅니다. 왕이라고 별거 있나요..
안락하고 평화로운 왕자와의 왕궁생활보다 계모와 언니들의 눈을 피해 호박을 타고 쥐새끼와 노는 스릴넘치는 삶을 더 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거지같은 세상옷을 어떻게든 지키겠다고 악악대며 '나'를 주장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옷과 신을 입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하지만 훗날 누군가 네가 그토록 
서머나에 머물렀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때는 Milk 라는 답보다는 좀 더 그럴싸한 사랑의 고백을 주님께 하고 싶습니다.


아주 추운 계절의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참 춥네요. 그래서인지 오늘 김성수목사님이 보고 싶어요...
그러실분은 아니지만 둘이 낄낄대며 영화얘기라도 좀 나누면 좀 따뜻해질거 같은데...ㅠㅠ 머지...이증상은...ㅠㅠ
우리가 이광야에서 나아져봤자이고 뛰어봤자이겠지만 그래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만은 없겠죠?
우리 가끔은 신데렐라가 그더러운 옷과 신발을 벗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왕궁을 갈때 그랬을것처럼 뛰어 보아요~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payton 14-02-06 15:21
    
늘 그렇지만 이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글이 올라오면 참 반갑고 또 다음글글을 기다리게 될만큼 읽고 싶은 글입니다. 글도 잘 쓸 뿐만아니라 참 진솔하고 정감있고 공감가고.....뉴저지서머나..회원게시판에만볼 수 있나요?딴 곳에도 글을 올리시나요?
이세형 14-02-06 22:50
    
서울서머나에 글을 올리는데, 제가 대부분 이곳에 옮겨놓고 있습니다. 
영화에 꿈을 가지고 살다가 못이루고 살아가는 분인데...
그래서 영화해설에도 글이 몇개 있습니다. 17번 2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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