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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27 10:49
   버켓 리스트 - 조규만
 글쓴이 : njsmyrna
    조회 : 13,372  


"저어..3일간은 등록이 안되나요?"
"3일이요? 어떡하죠..저희는 월단위로만 등록이 가능한대요...고객님"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고사성어가 아니다. 현재형이며 진행형이다.
헬스클럽앞에서 3일간 다녀보고 등록하겠다는 진지한 얘기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나간 시절을 돌이켜볼때 3일만 다니고 안다닐것이 뻔한데 한달을 등록해야한다니 망설여진다.
물론 방법은 있다. 3일간 헬스를 하고 3일후에는 요가를 하고 그3일후에는 에어로빅을 하고 다시 3일후에는
테니스를 하고 다시 3일후에는 복싱을 하고 또3일후에는 스쿼시를 하고...이런식으로 120여가지 운동을
돌아가면서 하다보면 1년을 운동하며 보낼 수 있을것 같다. 문제는 돈이다...얼추 120달치의 등록비를 내야된다.
몸이 날씬해지는것에 비례해서 지갑도 덩달아 날씬해지겠다. 젠장...그래...몸도 뚱뚱 지갑도 뚱뚱....그게 낫겠다...


해마다 1월엔 결심이 풍년이다.
물론 결심만 풍년이다. 가을겨울에 가보면 온통 결심만 덕지덕지 붙어있을뿐 아무런 결실은 없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결심을 안하게 된다. 올해는 꼭 어쩌구 저쩌구 해야지 하는 계획은 한참 잘나가는 개그맨들
앞에서 감히 그들을 웃겨보겠다고 덤비는 늙은 코메디언들의 슬랩스틱 자학개그일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형서점
앞에 전시해놓은 보기좋고 때깔좋은 예쁜 다이어리나 수첩등을 사려고 기웃대는 젊은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만하다.
그래도 무슨 계획을 한번 해보까나...뭐 신선한 결심 없을까...올해는 결심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도 해보까...
생각해봐야 결국 하얀도화지를 앞에 두고 무엇을 그릴까 고민에 빠진 소풍간 어린이마냥 머릿속에는 온통 김밥생각뿐이다.


어릴적 해마다 방학이 되면 커다란 냄비뚜껑을 대고 큰원을 그려 놓고는 그걸 쪼개고 또 쪼개서 하루의 계획을 세웠었다.
어쩜그리 철이 없었는지 매번 방학마다 큰꿈을 품은양 시간표에는 기상, 조식, 공부, 중식, 다시 공부, 또 공부 그리고 
석식, 약간의 티비시청과 또 공부 그리고는 무슨 밧데리 방전될 로보트마냥 자신있게 취침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계획을
세워 놓았었다. 그리고는 어디 숨겨놓고 혼자나 볼것이지 창피한줄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책상위 제일 잘보이는곳에 떡하니 
붙여 놓으면 물론 아무도 눈여겨 보지는 않았지만 다들 한마디씩은 하고 지나갔었다. "어디 몇일이나 하나보자" .....
그래, 나의 능력을 보여주지....오기로 더욱 굳은결심을 하곤했다. 하지만 정확히 삼일정도 지나가고 나면 자잘하게 쪼개진 
그원은 생활속에 없었다. 그저 먹고 놀고 자고...그리고 가끔 공부하는척하기ㅠㅠ 계획은 늘 아무 의미도 없었고 한번도, 
단 한번도 보람찬 방학을 보낸적이 없었던거같다.

 


친구들이 새해가 되니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버켓 리스트'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들 떠든다.
새해에는 뭐를 하고싶고 갖고싶고 이루고싶다고 깜냥깜냥 자신들의 버켓 리스트에 담긴 새해소망들을 얘기하곤한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켓 리스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버켓 리스트라는 단어를 
아주 친숙하게 써먹게 되었다.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것' 정도로 번역되는 버켓 리스트는 확실히 그영화 때문에
많이 알려졌음에 분명하다. 아주 부자늙은이인 잭 니콜슨과 평범한 노인네인 모건 프리먼이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되는데 둘은 모두 시한부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여자저차해서 의기투합한 두노인네는 죽기전에 서로가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보기로 하는것으로 영화는 진행되는데 웬지 공감이 가는 소원이 아니여서 그런지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던 기억으로 남은 영화이다.


그영화에서 두사람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은 다음과 같다
1. 장엄한 광경 바라보기...(머 그닥 보고싶은게 없다. 티비로 보면 되지모...)
2. 아주 처음보는 낯선사람 도와주기...(음...이건 늘 하는거 아닌가?...뜨아 찔린다...)
3. 눈물나게 크게 웃어보기...(이런걸 죽기전 소원이라고 하기엔 좀...)
4. 쉘비 머스탱 운전해보기...(머스탱은 좀 글코 벤츠나 한번 몰아봤으면 하는데 뭐 그게 그거일듯...)
5.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소녀와 키스하기...(나는 좋겠지만 소녀는 뭔죄?ㅠㅠ 죽기전에 성추행으로 구속될듯)
6. 문신해보기...(내몸은 도화지가 아니다. 게다가 무지 아프다는데..그걸 왜?)
7. 스카이다이빙하기...(이런걸 왜 돈주고 하나...돈준다면 생각해보겠스...)
8. 스톤헨지 가보기...(티비로 보면 됨...솔직히 말하면 돈없음...)
9. 루브르박물관에서 일주일 지내기...(국산박물관도 가기싫음)
10. 로마여행하기...(요거 쪼금 땡기기는 하지만...로마남자들이 무지 멋지다는데...내가 뭐하러 감?...역시 돈없음...)
11. 피라미드 둘러보기...(머 직접봐야 그게 그거겠지. 무지 더울듯...역시 돈없음...)
12. 세렝게티에서 사냥해보기...(애꿏은 짐승은 왜죽이는겨...돈있어도 안함..)
13. 잊고있던 혹은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나기...(보고싶은 사람 이땅엔 없음)


대체로 일반적이고 그럴듯하다. 죽기전에 저런것들을 해볼 시간은 있을것 같은데 과연 돈이 될런지 ㅠㅠ 
그래서 그런지 웬지 거리감을 느끼며 영화를 봤었다. 그런데 영화속 주인공들은 모두 언제 영면하게 될지 모르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인데 이상하게 요즘은 그냥 무지 이루고 싶은 소원바구니 목록 정도로 버켓 리스트의 의미가 바뀐거 같다. 
그나저나 하여간 새해가 왔으니 나도 무슨 계획을 세워볼까...12월중순부터 고민했으니 얼추 고민만 한달이 되어간다.
늘 그렇듯 방학이 한달이면 계획세우는데 일주일, 수정하는데 일주일, 시도해보는데 삼일, 자책하는데 얼추 사일,
그리고 밀린 방학숙제 하느라 일주일 보내고나면 젠장 개학이었는데 인생도 어쩜그렇게 똑같이 진행되어가는지
인생계획이랍시고 젊은시절부터 해왔던게 아직도 진행중이고 아직도 수정중이고 아직도 좌절중이고...ㅠㅠ

 

버켓 리스트의 '버켓'은 우리네 '바께스'이다.

아주 옛날 중세시대에 바께스위에 사형수가 올라가 목을 매달고 서있다.
사형집행자는 그에게 와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소원이 없는지 물어본다. 그리고는 그바께스를 발로 걷어찬다.
그렇게 사람을 죽였다. 그렇게 'Kick the Bucket' 이란말은 속어로 '죽다'라는 뜻이 되었고 거기에서 Bucket List 란
말도 탄생한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맛있는 커피한잔 옆에 놓고 펜대를 굴려가며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버켓 리스트란

사실은 얼마나 살벌하고 절실한 소원이란 말인가. 그런면에서 보니 어쩌면 진짜 우리의 한해한해 하루하루의 크고작은

계획들은 정말 절절해야만 하는것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세상 발밑에는 바께스가 놓여져 있고 세상의 목에는 굵은
동아줄이 감겨져 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언제 차일지 모르는 바께스위에 올라서서는 십년 백년의 계획을 세우고

천년만년의 부질없는 근심으로 헛된 꿈속을 헤메이고 있다...


신을 웃게 하려면 그앞에서 너의 계획을 말하라는 옛말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내앞에 버켓 리스트를 적어 놓을수 있는 하얀도화지가 놓여있다.
무엇을 그려 넣을까...무엇을 써나가면 하나님이 웃지 않으실까....
바께스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들의 허망한 소원들을 바라보며 언젠가부터 아무런 계획과 바램이 없어졌다. 
그럼 예수라는 크고 단단한, 절대 넘어지지 않을 돌위에 서있는 나는 이땅에서 무엇을 버켓리스트에 담아야할까...

진짜 새하늘과 새땅이 아닌 가짜 이세상 나그네길에서 무엇을 담아야할까....
가짜 세상이라고 아무 계획도 없이 살아가는건 아닌것같다...에휴....
늘 말만 번지르르하다. 이런 가짜세상에서 뭘하겠어...하면서 늘 무기력하고 게으른 나....핑계같은데....ㅠㅠ


아내는 오늘도 구박한다.
"아니 새해에는 운동한다며 벌써 몇일이야? 운동 시작안해?"
"뭔소리야?....진짜 새해는 음력 1월1일부터라구......"
핑계는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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