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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24 16:44
   (15) 밥을 굶다
 글쓴이 : njsmyrna
    조회 : 8,694  




'금식' 이라는 것은,
자신을 자해해서 하나님께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건 기도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의 교회 교인들이 금식의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금식 기도를 한다고 하면
말리는 편입니다.

금식이란
이 세상에서 나의 힘으로 삼고 있는, 나의 몸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 곡기(穀氣)를 끊고
'오직 저는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해서만 살겠습니다' 라는 신앙 고백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금식은
'내가 이렇게 밥까지 굶으면서 비는데 정말 모른 척 하실 거에요?' 하고
하나님을 협박해서 자신의 바라는 바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자해 행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금식을 합니다.
오늘이 주일이니까 금식 사흘째가 되네요.
'교인들에게는 금식을 지양하도록 설교를 하고 왜 본인은 그렇게 가끔 금식을 하는가?'
의아해 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는 목사입니다.
올바른 복음을 가르쳐야 할 뿐 아니라 그 삶을 살아내어 본을 보이도록 세우신
아주 피곤한 직업이지요.
그런데, 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그렇게 사는 게 너무나 힘이 듭니다.
교인들에게 마치 자신은 그렇게 이미 살고 있는 것처럼 호통을 쳐 놓고
집에 돌아와 여전히 더럽고 추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치는 것이 저의 모습이거든요.

그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이 되다가 댐이 터져 버릴 것 같은 한계가 오면
저는 밥을 굶습니다.
저는 배가 고프면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욕심, 쾌락, 야망,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밥 생각 밖에 나지 않습니다.

실망하셨나요?
목사의 금식은 그 보다 더 거룩한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는 그 극한의 배고픔 속에서 다시 하나님을 향한 초심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극한의 고통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체휼합니다.
우리는 우리 존재의 실존에 대해 너무 오해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너무 쉽게 잊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금식을 합니다.

하루의 일과 중 밥을 먹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밥 먹는 시간이 빠지게 되면, 하루가 너무나 길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 시간을 고민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고,
하나님께서 주시지 않으면 인간은 이렇게 티끌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도 체휼하며
맑은 정신으로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거기서 저는 고통 속에서의 기쁨이 무엇인지도 배웁니다.
이러한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이 이토록 풍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 산다는 군사로서의 나약함도 다시 손을 보지요.

하나님의 은혜를 얻어 하나님의 백성이 된 자로서
밥 한 끼 양보할 수 없고, 물 한 모금 손해 보지 않으려 살았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 세상이 영적 전쟁이 한창인 전쟁터라는데
이떻게 하늘의 군사라고 하는 자들이
잠 하나 못 이기고 밥 한 술 손해 볼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저는 금식을 통해 다시 한 번 치열한 그 전쟁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금식을 지양하라 말씀을 드린 것은
그렇게 자신을 자해해서 하나님께 여러분의 요구를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그러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굶어가며 치성을 드리면 하나님께서 들어 주신다는 그런 무속신앙에서는
이제 벗어나시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의 욕심을 털고 우리의 나약함을 확인하며
하나님을 향한 치열한 열심을 회복하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 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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