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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14 14:42
   (12) Away from her
 글쓴이 : njsmyrna
    조회 : 8,205  




우연히 웹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영화입니다.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사 십여 년을 함께 한 부부에게 어느 날 아내의 치매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병에 대해 알게 된 여자는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남자는 사실적 상황을 준비합니다.
여자가 머물 요양원 시설을 둘러본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여자는 감정의 준비를 합니다.
치매의 주체가 여자이니 그것이 타당합니다.

애써 자신의 상태에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려는 여자의 노력이 모든 준비로 까지 가면
영화는 장르가 바뀌어야 합니다.
자식도 등장하지 않고, 친구도 잠시 비추일 뿐
철저히 두 사람의 관계로 이야기를 모으며 담담히 진행하는 감독의 연출은
요양원에 입소하는 날의 정적이면서도 긴장감 늦춰지지 않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이미 올 준비를 하고 있는 관객에게 섣불리 감정을 풀어버리지 못하게 조이는 연출력이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 요양원에 입소하는 날 나누는 부부의 짧은 대화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여자는 거울 앞에서 옷 매무새를 계속 고치며 본인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런 걸 거야 호텔같은' 고개를 돌리며 남자에게 묻습니다. '나 어때요?'
남자는 말합니다. 'just like always ...'

여자는 여느 때와 같은 자기의 그 모습이 무어냐고 또 다시 묻습니다.
그 때 대답하는 남자의 얼굴은 일부러 보여주지 않습니다.
화면은 여자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며 남자의 이야기를 얹습니다.
'direct and vague ... sweet and ironic'
한글 번역은 '솔직한데 모호하고, 달콤한데 아이러니 하다' 로 나옵니다.
사 십 년을 넘게 살아온 남편의 아내에 대한 정의가 정말 모호한 표정의 아내 얼굴 위로 덮여집니다.

이게 아는 거라 여겼기에 전 처음 이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함께 한 사람에 대한 이런 표현, 멋있지 않나요? 그것이 살아온 서로에 대한 예의 아닙니까?
여기서 결국 인간의 한계를 말하며 초치지 맙시다.
그나마 이런 사랑이라도 알고 있었던가요?

서로에 대한 이런 앎과 믿음이 있기에
그 다음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여자의 사건과 그에 따른 남자의 반응이 납득이 되고
그래서 공감이 됐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그 알 수 없는 표정에 대한 답은 영화가 좀 더 진행된 다음에야 알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한 조용한 파괴가 여자의 허물어짐과 함께 진행됩니다.
다 알고 있는 여자는 점점 아는 것을 잃어버리게 되고,
잘 안다고 믿고 있는 남자에겐 새로운 진실이 다가옵니다.
서둘러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하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속 생각을 여러 갈래로 만들어 줍니다.

여자는 상태가 점점 나빠집니다.
매일 찾아오는 남자를 알아보지 못 할 뿐 아니라
같은 요양원의 또 다른 남자 환자를 돌보며 사랑을 느낍니다.
언제나 기품 있는 옷차림이었던 여자는 머리 매무새가 흐트러지고
색이 현란한 싸구려 스웨터를 입어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안타까와하며 다그치는 남자에게 여자는 대답합니다.
'그는 날 혼란스럽게 하지 않아요'
중간 중간 보여주는 회상 장면에서 이들 부부의 해로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자를 붙잡으며 남자가 하는 말,
'난 당신의 남편이야, 우린 행복하게 살았어 (We had good life together).
이건 내 말이 아니라 당신 말이야'

누구는 그랬습니다.
과거 삶의 고통에 대한 정신적 자살이 치매라고 ...
그런 식으로 보자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면서도 여자는 혼란스러웠던 거고
그 품위와 격을 지켜내기 위해 그렇게 가꿔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결국 여자는 사랑을 완성하는 것으로 결론짓습니다.

치매라는 한계적 상황에서도 사랑과 행복의 주도권을 여자가 쥐고 있는 것입니다.
아내의 그런 상화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희생하는 남편 쪽으로 감동을 몰고 가는 이도 있지만,
저는 철저히 아내의 영화라고 봅니다.

이게 세상의 답입니다.
그런 상황에 노출이 되고서야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아진다면, 40년을 넘게 산 그 세월은 뭘까요?
그들이 알았다고 여기는 서로가 정말 그들이 아는 그 사람이 맞습니까?
사랑이긴 했을까요?

여기서 다시 인간의 한계를 말해 봅시다.
산다는 게 그런 거지 싶습니다.
격을 더하든 빼든 사랑을 하든 꾸미든 우리가 사는 게 아니고 살아지는 것입니다.
그 삶 속의 주체가 나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허락하신 자로 모아지는 게
세상과 다른 우리의 결론일 것입니다.
내가 쌓은 모든 것이 허물어져야 맞다면,
몇 십 년의 세월이 지워지는 상황도 허락 하심 없이 안되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묻고 싶을 겁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요.
그런데, 그 답이 우리에게 있습니까?
정답이 없는 질문에 한 가지 답을 내보려는 게 인간입니다.
질문이 잘못됐으니 답이 없습니다.
우린 누군가에게 어떻게 여겨지는 가를 물어야 하는 자들이 아니고
내가 누구인지를 진리에 비추어 알아야 하는 자입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난 어떤 사람이야?'
그렇게 물어오는 근거는 내가 어떠한 사람이고 싶은 거지요.
여전히 내가 드러나고 싶은 겁니다.
치매라는 질병 속에서도 놓지 않으려는 것이
사랑과 살아온 날들에 대한 예의를 빙자한 나 아닙니까?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이 나의 허물어짐에 대한 염려입니다.
왜 우리가 알아봐야 하나님도 우리를 보실 거라 생각합니까?
그런 지경까진 가고 싶지 않다고요?
이런 영화를 보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함정입니다.
어디에도 인간의 가치가 앞세워지면 그건 아닙니다.

요즘 드물게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보며 좋았지만, 또 치고 나오는 마음에 여전히 복잡합니다.
원래 나의 자리가 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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