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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2-27 10:42
   추신 기도 -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30,732  


이상한 일이지만 저는 'ㅅ' 으로 시작되는 교회를 계속 이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오래전 어쩌다보니 '순복음교회'를 다녔었는데 또 어쩌다보니 '소망교회'를 다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또 어쩌다보니 '사랑의 교회'를 다녔는데 결국은 '서머나교회'에 이르게 된 것이죠.
그런데 더이상한 일은 다니는 교회마다 영상으로 예배를 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순복음교회에 다닐때는 지역에서 여의도 본당예배를 영상으로 보게 되었었구요, 소망교회나 사랑의 교회를 다닐때는 제시간에 도착해도 늘 다른분들에 비해 예배시간에 늦게 가는 바람에 부속실에서 생중계되는 영상예배를 봤더랬습니다. 그리곤 아시다시피 지금은 서울서머나 교회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보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조화인가 싶은게........이런게 팔자라는건가 싶기도 합니다.ㅠㅠ

아주 오래전 분당에 위치한 순복음교회를 다니던 어느 주일인가였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아주 커다란 대예배실에서 네명이 나란히 앉아 조용기목사님의 설교를 영상으로 보고있는데 영상을 선명하게 보기위해 예배당을 어둠침침하게 해놓고 예배를 드리다보니-물론 아무리 밝게해도 예배는 졸립습니다만-슬슬 졸음이 오는겁니다. 교인들로 거의 가득 들어찬 교회에서 꾸벅꾸벅 존다는건 좀 창피하기는 하지만 장사 한두번 하는것도 아니고 나름 노하우가 있자나요. 하여간 그날도 아멘아멘하며 조느라 머리가 밑으로 팍팍 꺾이곤 했는데 그럴때는 마치 큰은혜라도 받은양 몇번이고 연속으로 고개를 까딱거리기 신공으로 남사스러움의 위기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예배를 드리던 당시 서너살즘이던 딸뇬에겐 아빠의 그런 모습이 무척이나 이상했나 봅니다. 참 총명하고 씩씩한 아이였거든요. 어린것이 목소리는 또 어찌나 걸걸한지 특이하게도 한 허스키했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팔자좋게 세상 모르고 졸고 있던 저는 제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갑작스런 딸뇬님의 허스키하고 커다란 외침에 순간 얼음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왜 잠만 자요..........??" 아....닝기리.....아....쪽팔려.....이것이 아침에 뭘 먹었길래 목소리가 이렇게 큰건지 정말 경찰한테 여기 나쁜 아저씨 잡아 가라고 외치듯 큰소리로 조용한 예배당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마 저말고 졸고 계시던 주변 아저씨들도 깜짝 놀랐을거에요. 짧은 순간이지만 저의 주특기인 잔대가리가 마구 굴러갔습니다. 위기를 극복해야죠. 그런데 고민이 됐습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딸뇬에게 아빠는 자는게 아니란다 그러면 다른 주변의 사람들한테는 들리지 않을테니 진짜 졸고 있었다는 것으로 밖에는 얘기가 안되자나요. 그렇다고 저도 큰소리로 '아빠는 자는게 아니란다!!!' 그러자니 그것도 참 거시기하더군요. 아뜨....어뜨케....친딸 맞나....어린것이지만 진짜 한대 확 쥐어박고 싶더군요. 결국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판단에 구태의연한 답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제법 큰소리로 절박하게 외치고 말았습니다.
"자는거 아냐......아빠...기도하는거야!!....." 만약에 그때 딸뇬께서 저에게 '에이 자는거 같던데?'...라던가 혹은 '기도는 무슨, 아빠는 거짓말도 참....'이라는 식의 말대꾸를 했다면 아마 부양비 반환 청구소송중이거나 강아지 보내듯 다른집으로 분양했을지도 모를뻔했습니다만 다행히 감동이라도 먹은양 묵묵부답으로 넘어가 줘서 아직은 부양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그때가 좋았네요. 그때는 그렇게 억지로라도 끌고가서 온가족이 교회를 다닐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일본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면 평범한 일본가정의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부러 돈주고 시간내서 보기에는 많이 아쉬운 영화입니다만 일본특유의 감수성이 흐르는 영화입니다. 엄마와 장남 '오사코', 아빠와 차남 '류'가 각각 가고시마와 후쿠오카에서 떨어져 삽니다. 인디밴드를 하는 생활력 없는 철없는 아빠 때문에 별거를 하게 된것입니다. 오사코와 류는 당연히 가족이 다시 함께 사는것을 소원합니다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형 오사코는 친구에게서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신칸센의 기차가 시속 26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는데 두기차가 마주치는 지점에서는 무시무시한 에너지파가 만들어지는데 그순간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빌면 그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성이 떨어질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이야기인듯 합니다. 그래서 가고시마의 형 오사코와 두친구, 후쿠오카의 동생 류와 세친구 그렇게 일곱명이 두열차가 교차하는 지점인 쿠마모토로 1박2일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영화입니다. 
각각의 어린이들은 어린이다운 소원을 준비합니다. 아빠가 밴드를 더 잘하게 해주세요. 그림을 더 잘 그리게 해주세요, 영화배우가 되게 해주세요, 아빠가 도박을 끊게 해주세요, 달리기를 더 잘하게 해주세요 등등 말입니다. 
그런데 두아이의 소원이야기가 재미있어 가슴에 남습니다. 형 오사코는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 화산이 대폭발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준비합니다. 그러면 엄마가 다시 아빠에게로 가서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거죠. 또 재미있는 소원 하나는 오사코의 친구 마코토의 소원입니다. 마코토는 이치로처럼 훌룡한 야구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준비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두기차가 마주치는 포인트에 도착하고 이윽고 양방향에서 신칸센 기차가 우렁찬 굉음을 내고는 교차하여 지나갑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자의 소원을 큰소리로 외칩니다. 
그런데 이아이 둘의 소원이 다른것으로 바뀝니다. 오사코는 두기차가 교차하는 순간 소원을 말하지 않습니다. 후에 이유를 묻는 동생 류에게 형 오사코는 슬픈 얼굴로 이야기합니다.
"난 가족을 포기하고 세계를 구하기로 했어....." 오사코는 화산이 폭발하면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오는길에 우연히 철도원에게서 듣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갸륵하게도 소원을 빌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 마코토는 소원을 빌기위해 출발하는 날 아침 키우던 강아지 '마블'이 죽습니다. 그래서 가방에 죽은 강아지를 담아 옵니다. 그리고 소원을 묻는 친구들에게 역시 담담한듯 슬픈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난 야구 선수되는걸 포기했어, 대신 우리 마블을 살려 달라고 할거야....."

기차가 마주치는 곳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면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영화 속 귀여운 아이들처럼 저도 요즘 기적을 바라고 있거든요. 크고 작은 소원들이 마음 속에 드글드글 합니다. 그래서 슬금슬금 눈치보며 하나님에게 기도를 드리곤 합니다. 세상 것들 다부질 없다고 오로지 주님의 영원토록 목마르지 않을 생수만을 원한다고 중얼중얼 잘도 읖조리곤 합니다. 그렇게 기도하곤 살짝 입맛을 다십니다.
얘기를 할까 말까....이미 아시지 않을까? 그래도 한번 더 강조해서 알려 드려야 하는게 아닐까? 어떻게 할까..... 그래서 가끔은 편지로 기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옛날 편지에는 추신이라는게 있었자나요. 특히 연애편지는 말이죠. 괜히 애둘러 날씨 얘기부터 계절 얘기같은 별 마음에도 없는 얘기 써놓고는 갑자기 생각났다는듯이 추신을 이용하곤 했었죠. 추신은 어쩌면 빼먹은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덧붙이는 이야기가 아닌 진짜 하고 싶은 속마음 진심이 아닐가 싶습니다. 그래서 음흉하기 짝이없는 제기도는 언제나 추신이 더 장황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저어.....주님...' 하고는 속보이는 진짜 속마음 얘기를 다합니다.

영화속 마코토는 기차가 마주쳐 지나간 다음 제일 먼저 기적의 응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어린이입니다.
죽은 강아지 마블이 살아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으니까요. 마주치는 기차가 지나가자 마코토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어봅니다. 친구들이 주변으로 와서 강아지가 살아 났는지 물어봅니다. 
마코토는 그리 기대안했다는듯 아이들에게 얘기합니다. "안좋아...어제보다 더 차가워....."
아이들은 고개를 숙인채 체념하는데 마코토가 얘기합니다. "집에 데려가서 집마당에 묻어줄거야 ....."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기대에 차 뛰어가더니 곧 바로 그럴줄 알았다는듯 돌아서는 아이들을보면서 참으로 저의 기도하는 모습이랑 비슷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적어도 나에게 기적은 일어날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마음 말입니다. 하나님은 좋은분이시고 하나님은 언제나 나에게 좋은 것만을 주신다고 믿으면서도 결국은 불량식품 사달라고 문방구 앞에서 엄마 치마 붙잡고 조르며 우는 어린아기 같기만 하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기도는 기적입니다.
가끔 '하나님 아버지...' 하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기도를 시작하면 스스로 마구 대견해지고 이런 와중에 하나님을 찾게하신 그 손길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찹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냥 '하나님 아버지......'하고 부르는 두단어로 기도가 끝이 나기도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기도란 기적입니다.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었고 소원하던 기도가 이루어 졌는지 안이루어졌는지 하는 그런것들은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기도할 수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기도응답이 없다 싶으면 정성이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기도하는 방법이 틀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기도하라는 식의 책도 읽어보고 설교도 들어보는데 아직 제수준에는 솔직히 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허구헌날 예수님이 알려주신 기도로만 기도를 하는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성스러운 미사여구가 동원된 뭔가 좀 성숙한 신앙인다운 있어 보이는 기도를 하는날은 오히려 더 허망합니다. 그냥 아버지....하고 부르고 가만히 있는 순간이 더 좋습니다. 무엇이든 다 아시는 하나님이 밴댕이 속보다 작은 제 속마음 하나 모르시겠어요. 그냥 아버지만 부르고 웃음짓고 있거나 눈물 뚝뚝 흘리고 앉아 있는 것이 저에게 맞는 기도인듯 싶습니다.
욕심 가득한 추신으로 속마음 소원을 빌고 나면 비장의 무기로 한마디합니다.
'하지만 하나님, 제 뜻대로 마옵시고 주님 뜻대로 하시옵소서~'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가족의 결합대신 화산폭발을 막은 오사코처럼 하나님이 저를 좀 귀엽게 봐주시고 소원을 다 들어주지 않으실까 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이놈의 잔대가리는 못말립니다. 오래전 그때 그 교회에서 철없이 졸고 있던 제가 딸뇬한테 혼나듯 지금 또 잠이 번쩍 깨는 하나님의 다정한 손길이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척 힘이 듭니다. 그런데 그때는 거짓말로 기도하고 있는거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어쩌면 간살스러운 추신기도 일지언정 진짜 기도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어려움이 등장해도 하나님이 이번에는 또 어떤 기적을 보여 주실려고 하시는걸까 하고 은근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저의 힘든 한주는 또이렇게 마무리 되는군요. 

우리 하나님은 참 좋으신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그래서 작은 소원을 하나 빌어 봅니다. 
언젠가 다 큰 딸에게 그런 얘기 한번 들어 보고 싶습니다. 
"아빠는 왜 기도만 해요......?"
"지금은 자고 있는거야 짜샤....시끄러~!"



김수희 16-03-04 02:3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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