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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2-01 19:53
   놓지마 정신줄! -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30,935  


전형적인 서울 뺀질이 같이 생겼던 아주 오래전 저에게 사람들은 군대는 방위였냐 면제였냐를 묻곤 했습니다. 그럼 저는 살짝 썩소를 머금은 채 예비역 육군장성인 병장출신이라는 얘기를 해주며 되물었습니다.
"자네들 혹시 땡크 타봤나?? 풉....구경해 본 적은 있겠지??......나 전차부대 출신이야....."
그러면 다들 존경스런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던 놀라운 왕년이 있었습니다. 신기하시죠? 하지만 예상하신대로 전차는 맨날 구경만했지 사실 한번도 타보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본부중대 소속의 빵빵 주특기를 가진 깍두기였으니까요. 저는 그날 그날 필요한 작업같은 허드렛 일이나 하고 위병소에서 보초나 서면서 그때그때 아쉬운 부대의 일들을 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 추운 겨울 매년 그랬듯이 저희 부대는 팀 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당시 전차부대는 주로 겨울에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가끔 탱크가 논밭을 다니기도 해야 되기 때문에 농부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하여간 춥고 배고픈 쫄따구 시절 춥디 추운 군대의 겨울 어느날이 생각이 납니다.

재주라고는 그냥 숨쉬고 서있는 재주 뿐이었던 저는 그때 취사반에 차출이 되어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며 밥을 만들어서 장병들에게 보급하는 막중한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남자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군대에서 제때제때 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건 심각한 영창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한겨울 훈련이라는게 실전을 대비한 것이기 때문에, 편리를 위한 장비나 식수차등은 동반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를 대비해 훈련을 하는것이죠.
그렇게 작대기를 이제 막 두개 달게 된 일병의 첫겨울은 참으로 생경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중 취사 반장님은 본부에서 무전을 받더니, 어느 깊은 산속에서 밥을 하자고 저희를 모두 내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밥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물을 확보하기 위해 산 여기저기를 다니시더니 졸졸졸 얼음 사이로 흐르는 아주 작은 냇물을 발견하시고는 거기에서 밥을 하라고 온갖 장비를 펼쳐 놓았습니다. 그러더니 저희보고 가로 세로 깊이 1미터 정도로 깊은 웅덩이를 파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힘없이 졸졸졸 흐르는 냇물을 퍼담을 방법이 없으니 웅덩이에 물을 고이게 해서 그물을 퍼담아 밥도하고 국도 끓이겠다는 생각이셨습니다. 까라면 까라는 고참들의 욕같은 응원 속에서 엄청나게 추운 겨울의 얼어붙은 땅을 곡괭이와 삽으로 한참을 파내서 결국 저희 몇몇 쫄따구는 제법 근사한 웅덩이를 만들었고 약간의 시간이 흘러 흙탕물이 가라 앉으니, 제법 근사한 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졌습니다. 
군대는 정말 하면 되는 곳이더군요. 그래서 이제 바께스로 물을 퍼담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그만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ㅠㅠ

이제 막 진짜 밥을 하려고 하는 순간 산위에서 내려오던 그렇게 맑디 맑은 시냇물이 하얀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산위에서 왜 하얀물이 내려올까? 우리는 의아해 하며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하얀물은 맑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점점 시간에 쫒기게 되니 취사 반장님은 병사 한명을 산위로 급하게 보내셨습니다. 도대체 산위에서 누가 뭔짓을 하길래 이렇게 하얀물이 내려오는지 확인을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헐레벌떡 산 위를 뛰어서 다녀 온 병사의 보고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물줄기의 상류를 올라가 보니 위에 큰 세탁공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흘러 내려온 하얀물의 정체는 빨래를 하고 방류된 세제물이었던 것입니다. 취사 반장님을 비롯한 고참들은 정말 심각하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밥을 하자니 시간이 늦을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이 하얀 빨랫물로 수백명의 밥을 하지니 그결과가 찜찜했던 것이었죠. 
결국 취사반장님은 그냥 이물로 밥을 하자고 결론 내리셨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실로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시키는대로 하얀물을 받아다가 밥도하고 국도 끓이고 해서 각부대들이 위치한 곳으로 배달을 마쳤습니다. 

취사 반장님이나 선임의 얼굴은 계속 굳어 있었습니다. 만약에라도 탈이나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후환을 자신들이 모두 감당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모두가 본부의 반응 만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만약에 새삼스럽게 본부에서 무슨 연락이라도 온다면 그건 불호령일지도 모른다며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본부에서 무전이 날라옵니다. 무전의 내용은 취사 반장님의 얼굴을 미소천사로 만들고도 남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칭찬이었습니다. 밥이 너무너무 하얗게 때깔도 곱고 기름지기 까지해서 대장님을 비롯한 모든 장병들이 맛있게 밥을 먹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부대 안에서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이렇게 맛있는 밥을 만들어 대단하다는 왕대박 칭찬이었습니다. 
군대밥이라는게 당시만해도 창고에서 묵을대로 묵은 오래된 정부미를 받아다가 쌀을 찌다보니 밥 때깔도 누렇고 풀풀 날리는게 정상이었는데 세제와 땟국물이 함유된 빨랫물로 밥을 했으니 밥이 아주 하얗고 기름지게 만들어져서 그랬나봅니다. 훈련은 고된데 밥도 맛있으니 다른 반찬들도 전부 맛이 좋았나 봅니다. 취사 반장님과 우리 취사 반원들은 오늘의 이 비밀을 죽을때까지 가슴에 간직하자고 다짐하며 잠시후 내려 온 맑은 물로 맛있게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이제는 고전 영화가 되어버린 영화 '빠삐용'은 사실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주인공에게 모든이의 시선이 쏠립니다. 그런데 김성수목사님이 설교에서 약간 다른 시선으로 빠삐용의 자유를 향한 탈출을 언급하십니다. 빠삐용과는 달리, 탈출을 포기하고 섬(감옥)에 남는 빠삐용의 동료 '루이 드가'의 얘기로 말입니다. 
'스티브 맥퀸(빠삐용)이 절벽에서 뛰어 내려 정말 운 좋게 조수를 잘 타서 탈출에 성공을 합니다. 그리고 절벽 위에 있는 더스틴 호프만(루이 드가)을 쳐다보면서 승리의 손짓을 합니다. 
그것을 본 더스틴 호프만이 이런 대사를 합니다. “그대가 아무리 이 섬에서 탈출해도 그대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았다면 그대는 여전히 감옥 속에 있는 것이야!” 
뒤집어 말하면 “나는 아무리 이 악마의 섬에 있다고 하더라도 나로부터 자유하면 나는 자유인이다.” 이런 뜻입니다'.... 라고 말이죠. 작가의 말을 옮기신 것이긴 하지만 목사님 개인의 생각이 가미가 된 재미있는 관점의 얘기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갈등의 순간이 오면 누구나 그러듯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리고 기특하게도 '어떻게 하는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꼬리를 물어 해봅니다. 이영화를 보면서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라면 빠삐용을 따라 뛰어내릴까? 아니면 루이처럼 남을까? 일단 저라면 섬에 남습니다. 가늘고 길게 살지 뭔 대단한 영광 본다고 목숨을 걸고 탈출하냐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만약 주님께서 "Come out my people~!" 하신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도 섬에 남습니다. 거의 확실히 섬에 남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영도 못하고 죽는게 무서우니까요.
"잘 안들립니다, 주님....제가 잘못 들은게 맞죠?.....정녕 그게 최선입니까?.....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아마 그럴겁니다.ㅠㅠ

전 요즘 목사님 말씀을 안듣고 있습니다. 매일 듣던 말씀이었는데 지난해 말부터 정신적 육체적 세상적 고통이 사이좋게 약속한 듯 함께 밀려오자, 도무지 설교를 들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에는 자꾸 딴 생각이 들고 집중이 안되서 안들었습니다. 닥쳐 온 문제들에 대한 잡생각이 해결되고, 나중에 안정되면 그때가서 제대로 들어야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목사님 설교가 듣기 싫어졌던 거였습니다. 나름 멀쩡할 때는 '그렇게 힘든게 맞는 거에요...잘가고 계신 거에요....하나님이 힘 빼시는 거요....그냥 그렇게 죽으라는 거에요.....'등등의 얘기를 들으며 아멘 아멘 하면서 아이구 은혜롭다 하면서 설교를 들었는데, 꼴에 아주 쪼금 힘들어지니까 그런 얘기가 듣기 싫고 짜증이 나는 거였습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나보고 이제 어쩌라고......죽긴 여기서 뭘 더 죽으라고.....힘 뺄 힘도 없다 이제.....
하나님....해피해피하면서 신앙생활하는 사람도 많은거 같은데 왜 나만 갖구 그러셔요.....아...목사님도 좀 그만 하세요....짜증나요....목사님.....이제 그런 얘기 듣기 싫어요.....'
우연이 아니겠습니다만 어느날부터 유난히 목사님의 설교중 불행, 좌절, 실패, 고통, 죽음, 십자가 이런 단어들만 웽웽거리면서 귓가에 남아서 너죽고 나죽자고 덤비는 벌처럼 저를 따라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김성수목사님의 설교는 이미 들은 것을 듣고 또 듣는 것이다보니 한계가 있습니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까 싶은 기대감도 별로 없는것이 사실이고 귀에 달달하고 촉감 좋은 그런 설교, 상황이나 시국에 맞는 어플리케이션 설교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람이 가끔 숨도 좀 쉬면서 살아야지 뭔 설교가 맨날 아니다 아니다 버려라 버려라 죽어라 죽어라인가 싶어 확 도망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속에 독이 들었든 말든 하얗고 기름진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쌀밥이 먹고 싶은건가 봅니다. 그런 불량식품 한두번 먹는다고 사람이 죽나?, 가끔은 아니 아주 조금은 그런거 먹으면서 배탈도 좀 나고 하면서 면역이 생기기도 하는거지 어떻게 늘 홀리홀리하면서 풀풀 날리는 누런 정부미만 먹어야 되냐고 중얼거립니다. 어떻게 맨날 하는 생각이 이미 먹을거 다 먹고 배부를 대로 배부른 상태에서 내일 먹을게 눈에 안보인다고 불평불만 뿐입니다. 
왜 저는 아닌건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고 미련을 갖는 걸까요...
왜 저는 버림 속에서 드러날 하나님 나라의 소망까지 버리려는 걸까요...
왜 저는 죽음 속에 펼쳐진 삶에 대한 이야기는 자꾸 잊는 걸까요...

그런데 머릿 속을 헤엄쳐 다니는 흙 찌꺼기들이 가라앉고 나면 감사하게도 맑은 하나님의 음성만이 남아 생각을 고쳐 먹게 하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정말 정말 좋은신 하나님이신것 같습니다. 그렇게 단련시키시고 그렇게 살려내고 계신 하나님이신가 봅니다. 눈에 익은 번들거림과 혀에 길들여진 기름끼를 빼시는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비록 저에게 흙탕물 같은 혼돈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가만히 있어 때를 기다리면 맑은 물로 남게 하시는 하나님이 계심을 믿기에, 오늘 또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더러운 물과 썩은 양식을 구별해 낼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하셨는데 우리가 어찌 알면서도 더러운 그것들을 더 바라고 먹을 수 있겠습니까.....주께서 허락하신 거룩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일부터 또 열심히 일용할 양식을 듣고 읽고 해야겠습니다.

규마나....놓치마 정신줄......

절벽 위에서 빠삐용과 헤어질 때 루이가 울먹이며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할 이야기가 있어..... 정말 미안해..... 자넨 죽을거야........." 바로 우리 목사님이 우리에게 해주셨던 설교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들리지 않치만 우리의 귓가에는 다음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잘 가고 계신 거에요......그리고
우린 다시 만날 겁니다.....그곳에서......."




최미숙 16-02-04 01:57
    
오늘도 답답한 맘을 안고 혹시나 하고 들른 이곳에 역시나...저의 유일한 소통이 이곳에
올려진 조규만님의 귀한 글입니다  오늘은 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아닌 너털웃음이...
나정호 16-08-01 23:03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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