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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17 05:40
   욕봤다 -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32,405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지난 1년을 짧게 표현하자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리 오래지 않아 답이 나왔습니다.
"욕봤다...." 나름 참 힘이 들었습니다. 
대단히 힘든 일은 없었던거 같은데 모든 아버지와 남편님들이 그러시듯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자식으로써 힘든일은 하나도 없었던거 같구요.... 정말이지 신자로써 힘든일은 전혀 없었던거 같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또 한해를 보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새삼스럽지만 갑자기 몸이 안좋아져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돌아가면서 동시에 아픈 놀라운 은사를 받았는데요, 금번에 오랜만에 찾아온 병중에 부위별 랭킹 1위는'위'에 관한 고통입니다. 병이 주는 고통은 부위별로 그맛이 다르긴 한데 위가 주는 아픔이 참 고통스러운건 먹는 낙까지도 함께 접어야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평상시는 무심코 하나씩 끓여 먹곤 하던 라면 한그릇 조차 가볍게 먹을 수 없는 이 고통은 아시는 분은 아는 괴로움이죠. 남들은 위가 아프면 식욕이 없다는데 저는 위가 아플땐 왜 그리 먹고 싶은게 더 많아지는지 참 난감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삼시세끼 이팝에 고깃국으로 소화 걱정없이 위통 걱정없이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밥심이라는 말이 있지요. 한국인은 그저 하얀쌀밥에 뜨끈한 국물, 거기에 뻘건 묵은지 쭉쭉 찢어 얹어서 한그릇 뚝딱해야 그렇게 힘들고 거친 농삿일이나 세상사를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밥 한그릇은 커녕 죽 한사발도 제대로 못먹는 속병에 걸리면 도무지 힘이 나오질 않습니다. 제대로 먹고 살아도 견디기 쉽지 않은 세상인데 빈 속에 힘을 내서 살기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꼭 먹지 않아도 때로는 그저 바라만 보아도 힘이 나는 동물이 어쩌면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가족이 그런 존재일텐데 가끔은 가족들 때문에 제일 힘든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하여간 지금은 특별한 '힘'이란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요즘 선풍적인 인기입니다.
아마도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이 그나마 지금같은 불경기에 제일 먹히는 상품이 아닌가 싶네요. 들고 다니는 전화가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그때 그 시절 젊은 친구들은 소설이라는 걸 참 많이도 읽었습니다. 그래서 유명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라도 나오면 지금 드라마나 게임 얘기하듯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꽃 피우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참 건전했네요. 지나고 보니.....
그런면에서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소설 한두편 안읽어 본 한국인은 아마 없을텐데요, 오늘은 문득 그분의 소설 중 하나인 1987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작품이 생각이 났습니다. 물론 저는 영화로 떠올랐습니다만 이 작품은 아주 젊은 시절의 최민식을 볼 수 있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한병태'라는 어린이를 통하여 바라본 권력과 힘에 대한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합니다.

병태는 촌스러운 시골학교의 분위기가 영 이상합니다. 그래서 소심하게 반항을 해보지만 반장 '엄석대'의 권력하에 놓여진 학교는 녹녹치가 않습니다. 그러다 대청소하는 어느날 유리창 담당인 병태는 열심히 유리를 닦지만 번번히 석대에게 퇴짜를 맞습니다. 아무리 잘 닦아도 선생님 대신 청소검사를 하는 석대에게서는 불합격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좌절하여 울고마는 병태에게 석대는 그제서야 합격을 시켜줍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병태는 달달하고 행복한 석대 슬하에서의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학교생활에 빠져들게 됩니다. 엄석대의 은혜 속에서 병태는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그러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신 최민식이 등장하죠. 새 담임선생님은 엄석대의 모든 힘을 인정하지 않고 허락하지도 않습니다. 점점 아이들은 엄석대에게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반장 엄석대의 그간의 비리들을 고발하고 따돌리기까지 하면서 엄석대의 세상은 몰락하고 맙니다.

소설에서는 이부분을 병태의 나래이션으로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느닷없는 그들의 정의감이 미덥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자신이 믿어 오던 종교를 갑작스럽게 바꾸는 사람이나 사상을 한순간에 바꾸어 버리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있다. 내눈에는 그애들이 석대가 쓰러진 걸 보고서야 덤벼들어 등을 밟아대는 교활하고도 비열한 변절자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
결국 엄석대라는 악은 사라지고 훌룡하신 선생님으로 인해 학교는 다시 정의가 살아 숨쉬는 곳으로 변하는 것 처럼 이야기는 마무리되어 가지만 소설이나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모든 사람들이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교실 속 여기저기서 숨죽여 엄석대의 은혜 속에서 힘을 얻어 살아가던 어린 학생들 중 한명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 본 한해를 보내고 속병이 생기니 도무지 힘이 없습니다.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해 생각을 가다듬어 글을 쓰기도 힘이 듭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의 가닥을 하나 하나 가다듬어 봅니다. 나는 왜 지난 한해를 욕봤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왜 힘이 없는걸까..... 지난해도 지지난해도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도 저는 세상이 주는 힘, 돈이 주는 평화를 너무너무 사랑했던 거 같습니다. 그것들만 있다면 몸이 조금 아프고 가족들이 조금 힘들게 해도 다 해결할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것들이 주는 힘 안에서는 일순간이나마 달달했고 평화로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엄석대라는 존재 밑에서는 비록 그 존재가 악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할지언정 그 그늘 밑에서 평안할 수 있는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무서운 선생님같은 하나님이 자꾸 틀리다고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점점 힘이 빠지고 있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처럼 잡으려고 애를 쓰면 애를 쓸수록 그것들은 저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잡으려 힘을 쓸수록 힘이 더 없습니다. 한심하게도 이래저래 세상 힘이 빠져나가니 말씀도 더욱 안듣게 되고 기도도 더 안하게 되더군요. 이 모든게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들이고 그분께서 작정하신 상황이라면 그분의 이끌어가심에 몸을 맡길뿐 기도는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만 들고 그저 날 잡아잡수 하는 심정으로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다행히도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 하나는 지금은 기도해야 할 때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기도하기 힘든 그때가 바로 정말 기도해야하는 그때라는 사실 말입니다.
 
저는 솔직히 김성수목사님이 부르시는 노래들이 썩 감미롭지는 않습니다. 목사님 특유의 창법이 머랄까 좀 부담스럽고 살짝 불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부드러운 노래들을 좋아 하다보니 목사님 스타일의 노래들은 좀 안맞더군요. 그런데 어쩌다 아내가 목사님 노래를 들으면 저에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휴....목사님 노래, 당신이 노래부르는 거랑 너무 비슷해.......시끄러......"
물론 제가 목사님처럼 노래를 잘한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만 하여간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 제가 목사님의 노래 중 두고 두고 즐겨듯는 노래가 하나 있는데 그건 어느 교회에서인가 라이브로 들려주셨던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입니다. 정말 좋습니다. 정말 잘 부르셨습니다. 제가 들어 본 목사님 라이브 중 최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의 하나님....나의 하나님....'하며 주님을 부르시는 목사님의 노래가 절절하게 마음에 와닿아 눈물이 핑 돌곤 합니다. 그래서 저도 힘들 때마다 돼지 멱따는 소리로 하나님을 부르며 따라 부르곤 합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힘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하면서 사실은 돈힘이나 밥심에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이 좀 부족하게 되면 도무지 살아갈 힘이 나질 않는다고 징얼대고 있습니다.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나의 도움이 하나님으로 부터 나온다고 진정 생각한다면 통장의 숫자 따위가 줄어들고 몸 여기저기가 좀 아프다고 해서 우울하다느니 살맛 안난다느니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사실은 힘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힘을 빼시니 힘이 듭니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며 올 한해는 어떤 한해가 되기를 바라냐며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녀석이 이상한 답을 합니다.
"새해도 지난해 처럼만...."
욕봤지만 그래도 주님이 함께하신 한해였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새해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난해처럼만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언젠가 욕봤다 내새끼하며 안아주실 그날까지 갓태어난 병아리가 죽어라 삐약삐약대듯 저도 그저 우리하나님만 바라보며 그힘만 의지하며 노래하고 싶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차석봉 16-01-18 11:46
    
늘 제 마음속에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 는 것 같은 글 참 잘읽었습니다
최미숙 16-01-19 03:57
    
우선  조규만님의 쾌유를 기도합니다. 차석봉님의 말씀처럼  저의 상황과 제 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듯해서
항상 귀한 글 기다리게 됩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눈물이 나는군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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