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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31 19:36
   듣고싶은 말 ㅡ 서울 조규만님 글
 글쓴이 : admin
    조회 : 21,220  


온국민이 꿈에 부풀어있던 1988년 어느봄날 별대단할것도 없는 그저그런 일상을 시작하기위해 군대에서 짬밥을 
먹고 있었는데 군대식당에서는 라디오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1988학년도 신입생모집이 마감되었다는 
뉴스였습니다. 밥을 먹으며 속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래, 내가 복학하면 3학년부터 같이 다닐 얼라들이 입학하는
구나...부디 예쁜애들 좀 많이 들어와라...제발...어두운 내인생에 빛 좀 비춰라.....' 
그리고 세월이 흘러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날잡아서 학교를 갔는데 도무지 누가 88학번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동기여학생을 우연히 만나 그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야...이번 88학번에 예쁜 여자애들 좀 들어왔냐?"
"으이구...하여간 이쁜거 드럽게 밝혀......글쎄....몇명있는거 같더라...이쁘장한 애들...."
"오홋...그래? 몇명 씩이나?.....누가 제일 이쁘냐?"
"이름은 잘 모르겠구...양말공장 사장딸이라는 애가 이쁘다더라~"
헉...이쁜데다가 양말공장 사장딸? 쥑이네. 평생 마누라덕으로 먹고 살겠다 싶더군요. 내색은 못하겠구 마냥 행복
한 마음으로 김칫국을 사발로 흡입하고는 군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래.....국방부 시계바늘만 빨리 돌아가라.....
언젠가 난 행복의 나라로 돌아가리라......

 

그런데 이년여가 지나 마침내 복학을 한 첫날 첫수업에 들어가서 아무리 둘러봐도 몇명씩이나 있다던 예쁜여자
는 없었습니다. 아띠...속았다. 이게 뭥미....세상에 믿을X 없다더니....그렇게 슬픈 마음으로 다음수업을 듣기위해
3층강의실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는데 앞선 어떤 여학생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
보는데 그런 그녀를 본 순간 심장이 덜거덕하니 멈춰지더니 이내 후두부 대퇴부를 강타하는 강렬한 느낌의 삘이 
몇단어가 되어 마음속에 각인되더군요.
'아.......날개만 달면 천사다'
그날이후 저는 그날개만 달면 천사에게 꽂혀 수업이고 미래고 꿈이고 나발이고 다 제끼고 그녀에게 올인하여 모
든것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녀를 제아내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수많은 영화같은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처절한 다큐멘타리였는데 주변에서는 한편의 대서사시라고 하더군요. 하도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했
더니 아직도 가장 친했던 대학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하면 그친구가 제일먼저 물어보는말이 이겁니다.
"아직 안헤어졌냐?"

 

그렇게 제아내가 된 그여학생은 다시 태어나면 절대 저같은 남자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초딩들 국기에 대한 맹세
하듯 자주 읊조리곤 합니다. 뭐 저도 그럴 생각이기에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긴한데 그래도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사는거 같아서 속상하긴 합니다. 제가 이런 사람일줄 몰랐다고 후회하는 아내에게 나도 니가 양말공
장 사장딸인줄 알았다는 얘기는 차마 대놓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아내에게 미안하건 사실입니다. 
니고데모 할아버지 말마따나 사람이 거듭날리야 없겠지만 다시 태어나면 아내를 위해서 저는 아내와 다시 결혼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해봅니다. 아내는 자신을 위해서이지만 저는 아내를 위해서 아내와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 속도 깊죠? 물론 저는 나름 애를 많이 쓰는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로또같은 행복은 주지 못하지만 
자잘한 기쁨은 자주 만들어주자는 생각이죠. 그래서 얼마전 캐나다의 유명 팝가수 '마이클 부블레'가 내한공연을 
왔을때도 그비싸고 귀한 표를 구해서 주었습니다. 그것도 친구랑 가라고 두장씩이나...
평소 아내가 그가수를 넘흐넘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물론 그날 저녁은 감동의 도가니탕이었습니다. 
돈못버는거 빼고는 100점이라나 어쨌다나.....쳇.....그런 아내가 마침내 공연을 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당신덕에 오늘 정말 행복했어...고마워~라는 답을 기대하며 득달같이 버선발로 달려들어 오늘 공연 좋았어? 
하고 물어봤더니 아내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듯 붉게 홍조 띈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그러네요.
"오늘 너~무 너~무 좋았어.......아.......마이클 부블레 와이프는 얼마나 좋을까?........"
"................"
모지?......한대 때릴까?......완전히 죽쒀서 마이클 줬습니다.


아내가 그럽니다.
아마 자기가 먼저 죽을거같다고.....그런데 절대 재혼하지 말라고.....당신 재혼하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튀어 
나올거니까 알아서하라고...그래? 당신 보고싶으면 재혼해야겠네....아니다 홀랑 화장해 버리면 되겠네....ㅋㅋ
그런데 당신은 나죽으면 무조건 재혼해...아내가 웃으면서 그건 또 왜 그런건데 그럽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다른남자 만나서 고생을 해봐야 내가 얼마나 좋은남편이었는지 알게 될테니까...무조건 재혼해...그것도 아주
돈많은 영감이랑...아내가 비웃습니다. 아이구...당신만 못한 남자가 어디 있겠어...그런데 내가 다시 결혼하면 
얼마나 잘 골라서 할건데 후회를 하냐....어림없다....그렇게 티격태격 서로 먼저 죽겠다고 쌩쑈를 했습니다. 
저는 아내가 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그런 아내는 저한테 정신차려.....당신도 이제 50이야.....그럽니다.
그렇게 철없고 정신 못차린 부부가 한집에서 같이 산지 이십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때되니 아들이 하나 생기고 때되니 딸이 하나 생기고 때되니 개한마리 생겨서 한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누구남편은 대기업 전무가 됬네 누구엄마는 어디 좋은데가서 뭐를 먹었
네 하면서 절대 부러워서 얘기하는거는 아니라면서 저를 열받게 하는 귀여운 아내가 있어 참 좋습니다.


2006년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한 영화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라는 영화는 아카데미에도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호평을 받은 영화입니다. 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본인이 치매에 걸린
것을 알게 된 할머니는 자진해서 요양원에 들어가는데 그만 거기서 치매가 더욱 악화되어 다른 환자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문병을 간 할아버지는 그저 황당할뿐이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차마 상상하기 
힘든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줄거리를 가지고 감독은 우리에게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
이고 부부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44년을 함께 하며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스스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왔다고 믿
는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영화가 그렇게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좀 생경하다는 느낌이랄까요. 
정서적인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일단 할머니가 너무 고우셔서 영화가 몰입이 되질 않더군요. 솔직히 너무 지적
이에요 두양반이...ㅠㅠ 영화속 부부는 수준높은 대화들을 나눕니다. 저희부부는 맨날 돈얘기 먹을거 얘기만 하는
데 말이죠. 그런데 김성수목사님이 본인의 수필집에서 이영화에 대하여 이런 언급을 하시네요. 할머니가 자진해서 
요양원으로 들어가는날 옷 매무새를 고치면서 본인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할아버지에게 묻는 장면입니다. 
목사님은 이부분이 처음에는 언뜻 그렇게 좋으셨다네요.

 

남자(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나 어때요?" 남자는 말합니다. 
"Just like always ...,,"
여자(할머니)는 여느 때와 같은 자기의 그 모습이 무어냐고 또 다시 묻습니다.
그때 대답하는 남자의 얼굴은 일부러 보여주지 않습니다. 
화면은 여자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며 남자의 이야기를 얹습니다.
"Direct and vague ... Sweet and ironic"
한글 번역은 '솔직한데 모호하고, 달콤한데 아이러니 하다' 로 나옵니다.
사십년을 넘게 살아온 남편의 아내에 대한 정의가 정말 모호한 표정의 아내 얼굴 위로 덮여집니다.


                                                      김성수목사님 수필집 -집으로 가자中


남편은 아내를 그렇게 잘 알고 있다는듯 멋지게 표현을 하지만 아내의 표정으로 봐서는 자신이 원하던 답이 아니
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사님은 영화가 진행이 되고나서야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한 조용한 파괴가 
여자의 허물어짐과 함께 진행된다'라고 표현하시며 본인이 멋지다라고 느낀 그부분의 오해가 영화를 통해 이해가
되었다고 설명해주시더군요.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그것,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다고 믿는 그것들,
그것은 정녕 오해는 아닐런지요. 당연히 요즘들어 아내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사실 늘 많이 합니다만 요즘 특히 
많이 합니다. 얼마전 결혼 20주년이었거든요. 20년을 같이 살아오면서 저는 아내를 정말 잘 사랑하고 있는걸까 하
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내는 입버릇처럼 '당신 어머니보다도 당신을 더 잘아는게 나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거같기도 하고...아닌거 같기도 하고...음...어렵습니다. 그럼 나는 아내를 잘알고 있을까...내가 아는 아내는 어
떤 사람일까? 역시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내를 더욱 사랑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그마음안의 '나'를 봅니다. 
결국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하겠노라고 마음 먹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다른이들에게 행복해 보이는 아내, 늘 웃음짓는 다정다감한 엄마, 그렇게 시집잘간 동창지지배중 하나로 보이게 만
들어서 결국 내가 만족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더군요. 태초부터 부부를 등장시키신 하나님의 뜻, 그리
고 신랑과 신부의 완전한 혼인으로 우리의 여정을 설명해주시는 하나님의 깊은 뜻을 조금..아주 조금...철딱서니 없
고 정신 못차린 아내와 저를 생각하며 느껴보곤 합니다. 결국 내가 알고 있다고 하는 예수님은 그저 내구미에 맞게

만들어 놓고 싶은 마누라와도 같은건 아닐까.....


목사님의 수필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우린 누군가에게 어떻게 여겨지는 가를 물어야 하는 자들이 아니고
내가 누구인지를 진리에 비추어 알아야 하는 자입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난 어떤 사람이야?'
그렇게 물어오는 근거는 내가 어떠한 사람이고 싶은 거지요. 여전히 내가 드러나고 싶은 겁니다.'

그렇네요. 저는 결국 그런자인가 봅니다. 아무리 느끼고 깨달아도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나'를 향해 버리네요.

 

그래서인지 그렇게 20년이 지나도 아내에게 듣고 싶은 말은 결국 여전히 이말입니다.

"이방 저방해도 역시 서방이 최고야...."




차석봉 15-04-01 06:04
    
조규만 씨 는 참 글을 잘쓰는 분이다
글을 읽다 보면 기쁨 은혜 웃음 분노 좌절 유머 감동 다 들어 있어서
정말 글을 잘 쓰신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서머나 사이트 가 참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혁 15-04-07 02:48
    
마땅히 멸할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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